최근 한국 증시가 유례없는 강세장을 기록하며 자본시장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뜨겁다. 이런 가운데 주식투자를 기독교적으로는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개신교인 44%, 주요 자산 관리 수단으로 주식 활용
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가 지난 2월 23일부터 3월 8일까지 목회자 5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8.2%가 현재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일반 성인 평균(35%)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성도들의 변화는 더 극명하다. 목데연의 2023년 조사(리포트 194호) 결과, 개신교인 응답자 1000명 중 44.8%가 주식을 주요 자산 관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이처럼 기독교인들에게 투자가 일상이 된 상황에서, 본지는 전문가들과 함께 주식투자의 성경적 정당성을 고찰하고, 기독교인 투자자가 견지해야 할 신앙적 태도와 실천 방향을 짚어봤다.
“자본주의 체제 내 주식투자, 성경적 금기 근거 없다”
교계 전문가들은 주식투자 자체를 ‘죄악’시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윤태 교수(백석대 대우)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수용하며 살아가는 한, 기업 가치를 보고 투자해 성장을 돕는 행위는 성경적 원리에 전혀 배치되지 않는다”고 했다. 무조건적인 투자 금지는 오히려 성경의 전체적인 태도와 맞지 않으며, 건전한 자본 공급이라는 순기능에 주목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김태황 교수(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전 기독경제학회장)는 “주식은 발행을 통해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산 총량이 제한된 부동산과 달리 기업 가치 전체가 커지면 거래 참여자 대부분이 이익을 얻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주식투자의 경제적 정당성을 뒷받침했다. 펀드매니저 출신 구영민 목사(WFM재정사역연구소, 서울신대 M.div) 역시 “기업의 주주가 되어 회사의 성장을 돕고, 결과적으로 전체 사회의 부강함에 일조하는 것도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라고 덧붙였다.
“자산 증식은 청지기의 의무, 목적은 하나님 나라와 그 의”
전문가들은 기독교인의 경제 활동이 단순히 개인의 선택을 넘어 ‘청지기 사명’의 영역임을 역설했다. 이승구 교수(합동신대 석좌)는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을 인용하며 “합법적인 방식으로 자기 자신과 타인의 재산을 증식시키는 것은 ‘도둑질하지 말라’는 계명의 적극적인 함의다. 책임 있게 재산을 불릴 수 있는데도 불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도둑질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돈은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것이므로 이를 제대로 활용하여 보존하고 늘려가는 것 모두가 청지기적 신앙”이라고 했다.
특히 이 교수는 “신앙인의 경제 활동은 궁극적으로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지향해야 한다”며 “건전한 투자로 축적된 경제적 토대가 결국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돕고,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헌신의 기반이 된다”고 강조했다. 구영민 목사 역시 “하나님이 기쁨으로 투자 수익을 허락하신다면 십일조를 구별하여 드리고, 그 수익금을 지역사회와 이웃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지혜로운 청지기의 자세”라며 “주인에게 받은 달란트를 묻어두지 않고 부지런히 장사하여 이익을 남긴 종들처럼(마 25:14-30), 크리스천 역시 하나님이 맡기신 자원을 선용해 하나님 앞에서 풍성하게 상급을 쌓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50억의 빚도 하나님 선물... 맘몬의 야망 내려놓아야”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식투자가 ‘우상숭배’나 ‘투기’로 변질되는 지점에 대해선 경고했다. 구영민 목사는 자신의 뼈아픈 과거를 고백하며 ‘돈의 우상화’를 지적했다. 그는 “과거 펀드매니저 시절 돈에 대한 야망이 너무 커서 돈도 많이 벌었지만 결국 50억이라는 빚을 지게 됐는데, 돌이켜보니 그 시련조차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선물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하나님과 나의 관계가 온전해지고 성령 충만한 상태에서 돈보다 하나님을 더 사랑하는 자세가 전제돼야 한다”며 “그래야만 투자 수익이 나도 탐욕에 빠지지 않고, 설령 잃더라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영적 상태가 된다”고 덧붙였다.
김태황 교수는 기업의 내재 가치보다 시장의 변동성에 매몰된 현 세태를 비판하며 투기와 투자의 선을 명확히 그었다. 김 교수는 “바울 사도가 데살로니가후서 3장 10절에서 ‘누구든지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게 하라’고 경계했듯, 수고와 땀의 대가 없이 얻으려는 소득은 사실상 투기”라고 했다. 이어 “급여의 일부를 저축 수단으로서 주식에 넣는 것은 건전한 투자이지만, 오직 단기투매를 통해 ‘빨리 벌기’에만 집착하거나 부채를 일으켜 행하는 주식투자는 신앙적·경제적 파멸을 부르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눔을 위한 증식, 사회적 영향력 고려한 선별적 투자 필요”
전문가들은 기독교인 투자자들에게 현실적인 실천 방향을 조언했다. 김태황 교수는 “ETF 등 지수투자나 우상향하는 우량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것은 기독교 신앙과 배치되지 않으며 권장될 만하다”고 했다. 이승구 교수는 “군수 물자나 담배를 생산하는 등 성경적 관점에 어긋나는 기업이 아닌 건전한 기업을 골라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구영민 목사 역시 “주식투자를 적극 하되, 해당 기업이 정말 세상과 사회를 위해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헌신하는 곳인지 판별할 수 있는 영적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승구 교수는 투자자의 내면을 더 깊이 성찰할 것을 권고했다. 이 교수는 “‘주식 수익금으로 이웃을 돕겠다’는 선한 명분이 자칫 자기 내면의 탐욕을 숨기기 위한 위장막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며 “예수를 믿는 사람들은 이 세상의 경제적인 문제에 너무 치심(致心)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 땅의 삶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우리의 본향인 하나님 나라를 바라며 초연하게 사는 태도가 중요하다”며 “주식투자를 하되 마음과 시선이 온통 주식창에 쏟아부어지지 않도록 늘 ‘자기 절제’를 유지하는 것이 기독교인 투자자에게 요구되는 본질적 덕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