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에서 낙태 클리닉 앞에서 침묵 시위를 벌이다 형사 기소됐던 친생명(Pro-life) 운동가가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낙태시설 인근에서의 친생명 활동을 제한하는 이른바 ‘버퍼존(buffer zone)’ 법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국제 종교 자유 및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법률 단체 자유수호연맹(ADF)은 지난 28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스코틀랜드 글래스고(Glasgow) 법원이 친생명 운동가 로즈 도허티(Rose Docherty)에 대한 기소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도허티는 지난해 12월 낙태 클리닉 밖에서 “강요는 범죄입니다. 원하신다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Coercion is a crime, here to talk, only if you want)”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당국은 그녀가 의료시설 주변 200미터 이내 ‘안전 접근 구역(buffer zone)’ 안에서 낙태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스코틀랜드의 2024년 낙태 서비스(안전 접근 구역)법(Abortion Services (Safe Access Zones) Act)을 위반한 혐의였다. 해당 법은 낙태 클리닉 주변에서 친생명 운동이나 특정 의견 표현을 제한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도허티 측 변호인이 유럽인권협약 제10조에 따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기소라고 주장한 지 일주일 만에 나왔다.
재판부는 검찰이 도허티가 실제로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스코틀랜드 법상 범죄가 성립한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향후 검찰이 새로운 증거를 제시할 경우 사건을 다시 검토할 가능성은 남겨뒀다.
이번 사건은 도허티가 같은 이유로 두 번째로 수사를 받은 사례였다. 그녀는 2025년 2월에도 동일한 팻말을 들고 낙태 클리닉 앞에 섰다가 체포됐으며, 당시에도 기소는 취하된 바 있다.
법원 밖에서 연설한 도허티는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지지해 준 이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녀는 “체포 당시 수갑이 채워진 채 경찰 밴 뒷좌석에 태워졌고, 의자도 없는 경찰 유치장에 2시간 넘게 있어야 했다”며 “외롭고 두려워하며 강요당하는 사람들을 위해 단지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폭력 범죄자처럼 취급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판결은 스코틀랜드와 영국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한 중대한 승리”라며 “공공장소에서 평화롭게 대화를 제안한 것, 그것이 내가 한 전부이며 결코 범죄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도허티는 비록 무혐의 판결을 받았지만, 재판 과정 자체가 사실상 처벌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지난해 9월 체포된 이후 7개월 동안 형사 절차를 겪었다”며 “단지 표현의 자유를 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자유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버퍼존’ 법은 스코틀랜드뿐 아니라 영국 전역에서 폐지돼야 한다”며 “이 법은 당국이 평화롭고 합법적인 표현을 검열하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신을 “사람들과 대화하려 했던 75세의 가톨릭 할머니”라고 소개하며 “당국은 나를 표적으로 삼는 데 자원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글래스고의 실제 범죄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수호연맹(ADF)의 변호사 제러마이아
이구누볼레(Jeremiah Igunnubole) 역시 이번 사건이 영국 내 심화되는 표현의 자유 위기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본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소되는 것도 심각하지만, 검찰이 누군가 실제로 로즈의 행동으로 영향을 받았는지조차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기소를 진행한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버퍼존’ 법은 허술하게 작성됐고 검열적이며 비민주적”이라며 “경찰에게 혼란을 주고 시민에게 부당함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스코틀랜드 의회가 해당 법을 시급히 폐지하고, 표현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