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헌신한 파라과이 선교사 은퇴…원주민 언어 성경 번역의 길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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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기자
mklee@cdaily.co.kr
팀 커티스는 수년간 여러 번역팀과 함께 작업해 왔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

44년 동안 파라과이 차코(Chaco) 지역 원주민 공동체를 위해 성경 번역과 선교 사역에 헌신해 온 선교사 팀 커티스(Tim Curtis)가 은퇴한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성공회 선교단체인 교회선교협회(CMS, Church Mission Society)의 선교 파트너로 사역해 온 커티스는 에녜트(Énxet)족을 비롯한 여러 원주민 공동체를 섬기며 오랜 세월 헌신해 왔다. 이들 공동체는 오랫동안 사회적 소외, 토지 상실, 교육과 의료 접근 부족, 그리고 모국어로 된 기독교 자료의 부재를 겪어왔다.

1799년에 설립된 CMS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선교 기관 가운데 하나로, 지금도 사회적으로 소외되거나 주목받지 못하는 공동체를 중심으로 기독교 사역을 지원하고 있다.

커티스는 특히 남부 에녜트어(Southern Énxet)로 성경을 번역하고 이를 문자와 오디오 형태로 보급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CMS가 “지속적인 영적·문화적 유산”이라고 평가한 사역을 남겼다.

선교사 가정에서 태어나 칠레에서 성장한 그는 이후 영국에서 학업을 마친 뒤 1980년대 처음 파라과이로 향했다.

그의 초기 사역은 차코 지역의 ‘라 에렌시아(La Herencia)’ 프로젝트를 통해 시작됐다. 이는 에녜트족, 앙가이테(Angaité)족, 사나파나(Sanapana)족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을 잃게 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된 성공회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는 1985년까지 약 4만5,000헥타르의 토지를 원주민 공동체를 위해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이후 커티스는 지역 내 원주민 학교와 공립학교에서 교육 사역을 이어갔으며, 언어에 대한 뛰어난 재능과 지역 공동체에 대한 헌신을 인정받아 성경 번역 훈련을 권유받았다.

그는 이후 남미선교회(South American Missionary Society, 이후 CMS와 통합)에 합류해 SIL 인터내셔널(SIL International)에서 전문 언어학 훈련을 받고 다시 파라과이로 돌아와 남부 에녜트어 성경 번역에 집중했다.

1990년대 초, 세 명의 원주민 번역자들과 함께 일하며 세계성서공회(United Bible Societies)와 파라과이성서공회(Paraguayan Bible Society)의 협력을 받아 남부 에녜트어 신약성경 번역을 진행했고, 이는 1997년 출간됐다.

이후 약 20년이 지난 2016년에는 남부 에녜트어 완역 성경이 출판됐다.

커티스는 이 과정을 돌아보며 “처음부터 끝까지 놀랍고 기적 같은 일이었다”며 “여러 기관과 교회, 단체의 사람들이 함께 모였고, 마치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준비하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문맹 문제로 인해 인쇄된 성경만으로는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오디오 사역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2016년에는 남부 에녜트어 사용자 25명이 ‘Faith Comes by Hearing’과 협력해 신약성경 오디오 드라마를 제작했다. 이 녹음본은 태양광 충전식 및 수동 크랭크 방식의 오디오 기기를 통해 보급됐다.

최근 몇 년 동안 이 사역은 더욱 확대됐다.

2024년에는 ‘예수 영화(Jesus Film)’를 남부 에녜트어로 번역하고 음성을 녹음하는 작업에 참여했으며, 2025년에는 DAVAR 오디오 성경 프로젝트를 통해 구약성경 오디오 녹음도 완성됐다.

은퇴를 준비하면서도 그는 여전히 활발히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부터는 북부 엔레트어(Northern Enlhet) 성경 번역팀의 파트타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구약 초안과 주요 신약성경 번역 작업을 지원해 왔다. 완역 성경은 이번 10년 안에 완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성경 번역 사역 외에도 커티스는 성경공부를 인도하고, 원주민 교회 지도자들을 격려하며, 2022년 아르헨티나 원주민 성공회 대회 이후 형성된 시노드 등 남미 원주민 주도의 선교 운동을 강화하는 데도 기여했다.

CMS 최고경영자 앤디 로버츠(Andy Roberts)는 그의 오랜 헌신에 경의를 표했다.

로버츠는 “오늘날 에녜트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의 언어로 성경을 듣고, 읽고, 나눌 수 있게 됐다. 인쇄물뿐 아니라 오디오와 휴대전화까지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팀 커티스는 은퇴하지만 그의 유산은 계속될 것”이라며 “하나님의 말씀을 오랫동안 주변부로 밀려난 공동체에 접근 가능하게 만들었고, 앞으로도 여러 세대에 걸쳐 믿음과 정체성, 그리고 소망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