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광장 퀴어축제 불허는 불공평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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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 문제와 관련해 “모든 시민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서울시장이 되면 서울광장에서 퀴어축제를 다시 할 수 있도록 허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이 발언에 대해 교계는 법과 원칙, 공공성, 시민의 상식으로 판단할 것을 촉구했다.

정 후보는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서울퀴어축제 서울광장 사용 관련 질문에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시장에 당선되면 이 문제를 재검토하겠다는 뜻으로 비쳐지는 대목이라 논란이 확산된 거다.

정 후보가 말한 “공평한 기회”란 뉘앙스로 보면 원론적인 차원의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서울광장 사용 불허 과정에 차별이 있었는지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듯 사실관계를 알지 못하는 상태로 가타부타 논하기보다 일종의 모범답안으로 꺼낸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의 이날 발언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서울광장 사용이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면서 공평한 기회가 돌아가야 한다고 한 건 즉 서울시의 사용 승인 절차에 문제가 있어 공평하게 기회가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말로 바꿔 들리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논리라면 서울퀴어축제 장소로 서울광장이 수년째 불허되고 있는 것이 정 후보에겐 불공평한 처사로 인식됐을 것이다. 그런 전제가 아니라면 서울시의 승인 절차에 대해 말하며 “공평한 기회”를 언급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기인 지난 2015~2022년까지 매년 서울 광장에서 열렸다. 서울 신촌, 대학로 등에서 산발적으로 열리던 퀴어축제를 서울광장으로 끌어들인 게 고 박 전 시장이다. 그로 인해 서울 시민 모두의 공간을 성소수자들의 놀이공간으로 내주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현실에서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퀴어축제의 서울광장 개최 가능성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이라면 매우 경솔하다. 진보 진영의 정의당 권영국 서울시장 후보가 자신의 X에 “정원오 후보가 당선될 경우 올해부터 퀴어축제를 서울광장에서 열 수도 있다”며 맞장구를 친 것으로 볼 때 진보진영의 표심을 의식해 한 말이라면 더더욱 곤란하다.

서울광장은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라 운영되는 서울 시민의 공간이다.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사용해도 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조례를 제정해 사용일이 중복될 경우 신고순위에 따라 수리하고 어린이 및 청소년 행사 등 공익성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거다.

만약 정 후보가 고 박 시장 이후 서울광장에서 퀴어축제가 열리지 못하는 걸 불공평한 처사 탓으로 생각해 왔다면 그건 법과 원칙을 무시하는 것일 뿐 아니라 시민의 공공성과 이익과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매우 잘못된 인식이다. 서울시민의 공공성과 이용 이익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할 다른 뭔가를 마음을 두고 있다는 것부터가 자격 미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