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외국기부금 규제법 개정안 7월로 연기… 교계 반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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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호주
이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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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정부가 외국 기부금 규제법 개정안 처리를 오는 7월로 연기했다. 이는 의회 내 야당의 반발과 기독교 지도자들의 공개적인 반대 여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이번에 논란이 된 ‘외국기부금규제법 개정안 2026(Foreign Contribution Regulation Amendment Bill 2026)’은 이달 초 내각 승인을 받았으며, 인도 하원 로크 사바에서 논의될 예정이었다.

키렌 리지주 의회담당 장관은 해당 법안이 상정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총선과 관련해 야당인 의회당과 공산당 지도부가 케랄라 주민들을 오도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남부 케랄라주에서는 주의회 선거가 예정돼 있으며, 개표는 5월 4일로 예정돼 있다. 케랄라주는 기독교 인구 비율이 약 20%로, 전국 평균(2.3%)보다 높은 지역이다.

개정안은 외국 기부금을 통해 취득한 토지와 건물 등 자산에 대해, 해당 단체의 등록이 만료되거나 취소 또는 자진 반납될 경우 정부가 이를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외국 기부금의 수령과 사용에 대한 기한을 명확히 하고, 등록 갱신 거부 시 자동으로 자격이 종료되는 절차도 포함됐다.

정부는 해당 법안이 외국 자금의 오용을 방지하고 기존 법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도 가톨릭 주교회의는 내무부 장관 아미트 샤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 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에 회부해 폭넓은 논의를 거칠 것을 요구했다. 주교회의는 “행정적 실수가 자산 몰수와 같은 과도한 처벌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교회의는 해당 법안을 “위험하고 비민주적이며 위헌적이고 자연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케랄라 가톨릭 주교회의도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법안 일부 조항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개정안이 “권한 남용의 가능성을 초래해 수십 년간 공공 서비스를 위해 설립된 자선단체와 비정부기구, 종교시설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케랄라 주의 집권 공산당과 중도좌파 성향의 의회당 역시 정교회 및 시로말라바르 교회 주교들과 함께 해당 법안을 “가혹하고 비민주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정치 분석가 조셉 C. 매튜는 이번 연기 결정이 교회 측의 압박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지 언론을 통해 “케랄라 기독교 주교들의 반발로 법안이 보류됐다”고 밝혔다.

케랄라 주교회의 부서기 토마스 타라일 신부는 “여러 교구와 수도회, 자선단체의 등록이 명확한 이유 없이 취소됐다”고 주장하며, 이번 연기가 “우려를 해소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전인도 기독교 협의회는 이번 개정안이 달리트와 부족민 등 소외 계층을 위한 기독교 재산을 사실상 박탈하려는 시도라며 “즉각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위기”라고 비판했다.

협의회 회장 조셉 디수자는 당국이 외국 기부금 규제를 명분으로 재산권 침해를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부 구자라트주에서 활동하는 예수회 인권운동가 세드릭 프라카시 신부는 “이 법안은 정부가 시민사회 단체를 단순 감독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통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며, 그 피해는 결국 빈곤층에게 가장 크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2014년 인도 인민당(BJP) 집권 이후 수천 개의 교회 및 기독교 사회단체가 외국 기부금 수령 자격을 상실하거나 갱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외국 기부금을 받을 수 있도록 등록된 단체는 1만4994개이며, 2만1954개 단체는 등록이 취소됐고 약 1만5174개는 만료 상태로 분류됐다.

등록이 취소된 단체에는 월드비전, 컴패션 인터내셔널, Church Auxiliary for Social Action, 인도복음주의연맹 등이 포함됐다.

아울러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서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는 종교 자유 침해가 지속되고 있다며 미국 국무부에 인도를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