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끝에 담긴 사랑, 섬김으로 이어진 40년

[사람과 사명] 광양 ‘오뚜기2 헤어’ 김연심 권사의 미용 사역 이야기
신앙인으로서의 사명으로 미용 사역을 이어가고 있는 김연심 권사

전남 광양의 한적한 마을 덕례리. 이곳에는 단순한 미용실의 범주를 넘어선 특별한 공간이 있다. 간판에는 ‘오뚜기2 헤어(OTTUGI.2 HAIR)’라고 적혀 있지만, 지역 주민들은 이곳을 “사람을 만나는 곳”이라고 부른다.

그 중심에는 40여 년 한 길을 걸어온 미용 장인, 그리고 신앙인으로서의 사명을 살아내는 김연심 권사가 있다.

기술에서 사명으로, 40년의 시간

김연심 권사의 미용 인생은 단순한 직업의 연속이 아니다. 그에게 미용은 “하나님이 맡기신 일”이다.

처음에는 생계를 위한 기술이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 의미는 달라졌다. 한 사람의 머리를 다듬는 일이, 결국 한 사람의 삶을 돌보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곳은 머리를 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공간입니다.”

실제로 이 미용실에는 세대를 이어 방문하는 고객들이 많다. 어린 시절 부모의 손을 잡고 왔던 아이가, 이제는 자신의 자녀를 데리고 다시 찾는다. 그 시간 속에서 김 권사는 단순한 ‘원장’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4자매 미용가문, 손끝으로 이어진 유산

오뚜기2 헤어 직원들과 함께한 김연심 원장(앞줄 왼쪽)

김연심 권사의 또 다른 특징은 ‘4자매 미용가문’이다. 김춘심·김옥심·김연심·김태린 네 자매 모두가 미용업에 종사하며 기술을 나눠왔다.

이들의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다. 서로 배우고, 도우며, 자연스럽게 기술을 익혔다. 그러나 그 결과는 특별했다. 개인의 성공을 넘어, 가족 단위로 기술이 계승되는 드문 사례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전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오뚜기2 헤어의 분위기에는 단순한 직장 이상의 ‘공동체성’이 깃들어 있다. 직원과 고객, 그리고 세대가 하나로 연결되는 구조다.

미용을 넘어 ‘회복’을 다루다

오뚜기2 헤어는 전통에 머무르지 않는다. 김 권사는 시대 변화에 맞춰 두피·탈모 케어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천연 제품을 활용한 두피 디톡스, 탈모 관리, 모발 케어 등은 단순한 미용을 넘어 ‘건강 회복’의 영역이다. 여기에 30년 노하우가 담긴 아이롱 파마 기술은 고객 맞춤형 스타일로 완성된다.

“이제는 예쁘게 만드는 것을 넘어, 건강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그의 말처럼, 이곳의 미용은 ‘외면의 변화’가 아니라 ‘삶의 회복’에 가깝다.

20년 넘게 이어진 ‘찾아가는 미용’

김연심 권사가 미용 봉사를 하고 있다.

김연심 권사의 진짜 사역은 미용실 밖에서 더욱 빛난다. 그는 2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봉사를 이어왔다.

교도소 수용자들을 위한 미용 봉사, 농촌 어르신들을 위한 정기 방문,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한 찾아가는 서비스…. 특히 형편이 어려운 고령층에게는 비용을 받지 않는다.

그의 발걸음은 광양의 여러 지역을 향한다. 한 달에 한두 번씩 직접 찾아가 머리를 손질해 드린다.

“어르신들을 보면 제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86세 노모를 모시고 있는 그의 삶은, 봉사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보여준다.

공공이 인정한 ‘섬김의 기술’

이러한 헌신은 사회적으로도 인정받았다. 김 권사는 교정시설 봉사를 통한 교화와 사회복귀 지원 공로로 법무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미용인이 교정행정 발전에 기여한 사례는 드물다. 그러나 그의 경우, 기술은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사람을 변화시키는 도구였다.

현장과 교육을 잇는 사람

오뚜기2 헤어 미용실 내부

김연심 권사는 현장에 머무르지 않는다. 지역 미용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활동하며, 각종 대회 수상과 교육 활동도 이어왔다.

그의 곁에서 20년 넘게 함께한 한문희 씨는 이렇게 말한다. “기술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장님이 어르신들에게 수십 년째 비용을 받지 않는 모습을 보며 더 큰 감동을 받습니다.”

기술과 인성, 신앙이 함께 전수되는 공간. 오뚜기2 헤어가 특별한 이유다.

“기술은 더 깊게, 섬김은 더 넓게”

김연심 권사는 여전히 배우고, 여전히 섬긴다. “기술은 계속 발전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그의 40년은 단순한 경력이 아니다. 한 사람의 손끝에서 시작된 섬김이 지역을 변화시키고, 공동체를 살리는 이야기다.

광양의 작은 미용실에서 시작된 이 사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받은 것을 나누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머리를 해드리고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 그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그리고 그 방향은 분명하다. 기술은 더 깊게, 섬김은 더 넓게.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님께 쓰임 받는 삶을 사는 것이다.

단골 고객이 말하는 변화의 경험

40여 간 미용사로서 이웃들을 섬겨온 김연심 권사

10년 넘게 오뚜기2 헤어를 찾고 있는 정계현 사장(60)은 김연심 권사의 손길을 “삶의 작은 부분을 바꿔놓은 계기”라고 표현한다.

그는 오랫동안 머리숱이 가늘고 힘이 없어 늘 외모에 대한 부담을 안고 살아왔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시선이 신경 쓰였고, 스타일은 쉽게 무너졌다. 하지만 김 권사를 만난 이후 변화가 시작됐다.

“처음부터 느꼈습니다. 단순히 머리를 자르는 분이 아니라는 걸요. 제 머리 상태는 물론, 얼굴과 분위기까지 고려해서 스타일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특히 아이롱 파마 시술 이후 변화는 더욱 컸다. 시간이 지나도 스타일이 유지됐고, 손질도 훨씬 수월해졌다. 무엇보다 거울을 볼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늘 신경이 쓰였는데, 이제는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참 큽니다.”

정 사장은 이곳을 단순한 미용실이 아닌 ‘사람을 세워주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바쁘셔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늘 똑같이 정성을 다하십니다. 그래서 계속 오게 됩니다. 이제는 제 삶의 일부가 됐습니다.”

현장이 증언하는 ‘지속되는 섬김’

김연심 권사가 미용 봉사를 하고 있다.

광양 지역 장애인복지관 관계자는 김연심 권사를 떠올리며 한 단어를 먼저 꺼낸다. “지속성입니다.”

많은 봉사가 시간이 지나며 줄어들거나 중단되는 것과 달리, 김 권사의 사역은 수십 년 동안 한결같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마주한 장면들은 그 의미를 더욱 분명하게 한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의 집을 직접 찾아가는 모습, 말이 서툰 장애인과 눈을 맞추며 웃음을 건네는 순간, 머리를 마친 뒤 거울을 보며 환하게 웃는 어르신의 표정까지.

“곁에서 지켜보며 느꼈습니다. 이건 단순한 미용이 아닙니다.”

이 관계자는 김 권사의 손길을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어르신들을 대하는 태도에는 남다른 진심이 담겨 있다. 노모를 모시는 삶에서 비롯된 공감과 애정이 자연스럽게 봉사 현장으로 이어진다.

“봉사를 받으신 분들이 원장님을 ‘자식 같은 사람’으로 여기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역사회 역시 그를 잘 알고 있다. 화려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것을.

“요즘 같은 시대에 이렇게 조건 없이, 꾸준히 섬기는 분은 흔치 않습니다. 그래서 더 귀하고, 더 존경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