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기관 유고브(YouGov)가 ‘조용한 부흥(Quiet Revival)’ 보고서 데이터를 철회한 지 며칠 만에, 영국 청년층의 무종교 정체성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의 세속 인본주의 단체 휴머니스트(Humanists) UK는 사회조사를 위한 내셔널센터(National Centre for Social Research)가 2024년 9월 16일부터 10월 17일까지 실시한 ‘영국 사회 태도 조사(BSA)’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총 4,120명의 응답을 바탕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16~34세 청년층의 61%가 자신을 ‘무종교’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종교 가정에서 성장한 이들 가운데 94%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같은 정체성을 유지했으며, 같은 집단에서 기독교를 선택한 비율은 4%에 그쳤다.
휴머니스트(Humanists) UK는 “무종교 정체성은 청년들이 일시적으로 거치는 단계가 아니라,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세계관”이라고 주장했다.
단체 회장 자넷 엘리스는 성명을 통해 “젊은 세대는 종교적 틀 없이도 가치 중심적이고 성찰적인 삶을 살고 있으며, 이를 자신감과 기쁨 속에서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무종교’라는 표현은 단순한 결핍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진리를 탐구하고 인간관계와 삶의 경험 속에서 의미를 찾는 적극적인 삶의 방식”이라며 “오늘날 영국에서는 신 없이도 선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인본주의가 점점 보편적인 삶의 방식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사에 따르면 현재 영국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무종교로 자신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어린 시절부터 종교 없이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머니스트(Humanists) UK는 또 “젊은 세대에서 성공회(Church of England) 정체성이 사실상 붕괴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75세 이상에서는 21%가 성공회 신자로 응답한 반면, 16~34세에서는 해당 비율이 2.6%에 불과했다. 전체 응답자 기준으로도 성공회 정체성은 10.7%로 감소했다.
이번 분석은 앞서 성서공회(Bible Society)가 발표한 ‘조용한 부흥’ 보고서와 상반된 결과로 주목된다. 해당 보고서는 일부 지역에서 청년층 교회 출석 증가를 근거로 신앙 회복 조짐을 제시했으나, 유고브(YouGov)는 최근 데이터 재검토 과정에서 일부 응답이 허위로 확인됐다며 이를 철회했다.
휴머니스트(Humanists) UK의 앤드루 콥슨 대표는 해당 보고서에 대해 “처음부터 신뢰하기 어려운 결과였다”며 다른 조사 및 성공회·가톨릭 교회의 출석 통계와도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BSA 조사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준으로, 영국이 이미 무종교 다수 사회로 전환됐으며 젊은 세대가 그 변화를 주도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의회와 교육기관 등 공공기관이 실제 영국 사회의 변화를 반영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성서공회(Bible Society) 측은 무종교로 응답한 청년층이 반드시 영적 신념까지 부재한 것은 아니라며 신중한 해석을 요구했다.
단체는 최신 보고서 ‘The Quiet Revival one year on’을 통해 교회 출석률 측정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점을 지적했다. 영국에는 교회 출석에 대한 포괄적 통계가 없고, 교단별 집계 방식도 일관되지 않으며, 온라인 예배 확산 역시 정확한 측정을 어렵게 한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가톨릭교회와 성공회 모두 코로나19 이전보다 출석 수는 줄었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4년 가톨릭교회에서는 7세 이상 세례 건수가 21% 증가해 최근 11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성인 첫 영성체 참여자도 4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성공회 역시 2024년 청소년 및 성인 세례가 전년 대비 11.5% 증가했고, 견진성사도 5.3% 늘었다.
또한 복음연맹(Evangelical Alliance)는 2025년 조사에서 평균 13%의 출석 증가를 보고했으며, 오순절 교회는 2000년 2,500개 교회에서 2020년 4,200개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기독교 출판사 SPCK Group은 2025년 성경 판매가 급증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출판 디렉터 로렌 윈들은 이러한 현상이 젊은 세대의 관심 증가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성서공회의 폴 윌리엄스 최고경영자는 유고브(YouGov)의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일부 데이터 문제가 전체 흐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신앙과 성경에 대한 태도 변화를 계속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입소스 모리(Ipsos MORI)의 2023년 글로벌 종교 조사 등을 인용하며, 젊은 세대에서 오히려 신앙 참여가 증가하는 경향도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윌리엄스는 “영국에서 종교 정체성은 ‘기독교’에서 ‘무종교’로 이동하고 있지만, 동시에 기독교는 형식적 신앙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신앙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특히 젊은 세대에서 정체성과 의미를 찾기 위한 탐색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