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WP) 편집위원회가 핀란드 대법원이 20년 전 발간된 종교 소책자와 관련해 국회의원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결을 강하게 비판하며, 해당 판결이 스칸디나비아를 넘어 표현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게재된 사설에서 WP는 핀란드 국회의원 파이비 라사넨에 대한 기소를 “진짜 범죄”(real crime)라고 규정하며, 표현의 자유 문화는 헌법 조항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미국인들은 종종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권리를 당연하게 여긴다”며 “법원이 어떤 견해가 옳고 그른지를 판단해서는 안 되며, 특히 라사넨의 경우처럼 소수 의견일 때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은 그녀의 글이 폭력이나 증오를 선동하지 않았음을 인정하면서도 유죄를 선고했다”고 비판했다.
라사넨 의원은 2004년 동성애를 ‘정신성적 발달 장애’(psychosexual development disorder)로 묘사한 소책자를 공동 발간했다는 혐의로 대법원에서 3대 2 의견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1,800유로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며, 해당 소책자의 모든 물리적·디지털 사본 폐기 명령도 내려졌다.
핀란드 형법 11장은 소수 집단에 대한 선동을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해당 문서가 폭력이나 위협을 선동하지 않았다고 인정하면서도, 동성애를 비정상으로 표현한 점이 집단에 대한 모욕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은 2004년 소책자 자체가 아닌, 라사넨 의원이 2019년 트위터에 로마서 1장 24~27절을 인용해 핀란드 복음루터교회의 성소수자 행사 참여를 비판한 데서 촉발됐다. 이후 고발이 이어졌고, 수사 과정에서 과거 소책자가 다시 문제로 떠올랐다.
대법원은 해당 트윗에 대해서는 성경 구절 인용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했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성경 인용 자체는 허용되지만, 해당 구절에 대한 라사넨의 해석과 의견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라사넨 의원과 공동 피고인인 루터교 주교 유하나 포흐욜라는 하급심에서 두 차례 만장일치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핀란드 정부의 항소로 수년간 법적 공방이 이어진 끝에 이번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WP는 이번 판결이 수백만 신도를 둔 국제 종교 단체 지도자와 현직 의원까지 처벌할 수 있다면, 일반 시민들도 유사한 견해를 공개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WP는 소유주 제프 베이조스의 방침 아래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기 위해 보수 성향 칼럼니스트 영입을 확대하고 있으며, 새로운 의견면 편집 책임자인 애덤 오닐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라사넨 의원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충격적이며 깊이 실망스럽다”고 밝히며, 자신의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독교 신앙의 가르침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공적 영역에서 신념을 표현할 권리를 계속 수호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그는 유럽인권재판소 제소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라사넨을 지원한 법률단체 자유수호연맹(ADF) 인터내셔널의 대표 폴 콜먼은 이번 판결을 “국가 검열의 터무니없는 사례”라고 비판하며, 해당 법이 소책자 작성 당시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콜먼은 이번 결정이 핀란드를 넘어 표현의 자유 전반에 “심각한 위축 효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사넨 의원은 최근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뮤지엄 오브 더 바이블에서 열린 기도 모임에 참석했으며, 유럽 내 표현의 자유 위축 문제에 대해 미 의회에서 증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