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부활절을 앞두고 한국교회는 고난주간을 맞아 다양한 예배와 묵상, 나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고난주간은 사순절 기간에 포함된 절기로, 예수 그리스도가 예루살렘에 입성해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겪은 고난을 기념하는 기간이다. 종려주일부터 부활주일 직전까지 이어지는 이 기간은 예수의 수난과 은혜를 되새기는 한 주간으로, 성도들은 각 요일별 사건을 기억하며 경건하게 지낸다.
예수의 생애 마지막 한 주간이었던 고난주간에는 예루살렘 입성, 성전 숙청, 감람산 강화, 성만찬 제정, 겟세마네 기도, 체포와 심문, 십자가 처형과 장사 등 공생애의 절정을 이루는 사건들이 전개된 바 있다.
2026년 부활절(4월 5일)을 앞두고 한국 교회는 3월 30일부터 4월 4일까지를 고난주간으로 지키며, 주님의 고난과 십자가의 의미를 되새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기간 한국교회에서는 특별새벽기도회와 영성 집회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예수님의 리더십’을 주제로 매일 새벽 집회를 열고 있으며, 부산·경남 지역 교회들도 현장 예배와 온라인 생중계를 병행하며 기도에 힘쓰고 있다. 일부 교회는 고난주간 마지막 날 성찬식을 통해 그리스도의 희생을 기념할 예정이다.
일상 속 절제와 묵상을 실천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월드비전 등과 연계한 ‘거룩한 멈춤’ 캠페인을 통해 미디어 금식과 한 끼 금식 등을 실천하고, 절약한 비용을 이웃에게 나누는 활동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요일별 성경 묵상 자료를 공유해 성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예수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신앙을 되돌아보도록 돕고 있다.
교계는 부활절 연합예배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생명의 부활,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한 2026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는 70여 개 교단이 참여한 가운데 4월 5일 오후 4시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번 예배는 교회가 하나 되어 부활과 평화,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열린 2026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 준비기도회에서 대회장 이영훈 목사는 “지금 전 세계에 필요한 것은 평화의 메시지이다. 부활절연합예배를 통해 한국교회가 평화라는 주제로 하나 되고 갈등으로 상처 입은 사회와 교회가 회개와 회복의 계기를 맞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교총 총회장 김정석 목사는 “부활은 기독교 복음의 핵심이다. 부활절연합예배가 한국교회가 하나 됨을 경험하고 절망 가운데 있는 이들에게 새로운 소망과 생명을 전하는 연합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아울러 한국교회는 고난주간을 계기로 내부적 성찰과 함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분위기도 보이고 있다. 이단 문제와 정치적 갈등 등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며, 국가의 안정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해외 교회들도 전통 전례와 지역·시대적 특성을 결합한 다양한 예배와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단순한 예배를 넘어 성경 속 사건을 재현하고 공동체 참여를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종려주일에는 교인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행진하며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을 재현한다. 사용된 가지는 보관했다가 이듬해 재의 수요일 예식에 활용되기도 한다.
세족 목요일에는 최후의 만찬을 기념해 목회자가 교인들의 발을 씻기는 세족식이 진행된다. 일부 교회는 예배 후 제단 장식을 제거하고 불을 끄는 ‘제단 박리’ 의식을 통해 예수의 고난과 고독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성금요일에는 ‘십자가의 길’ 묵상과 함께 실제 십자가를 지고 행진하는 거리 행사가 열리며, 종과 악기 사용을 자제하는 등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예배가 진행된다.
성토요일 밤에는 어둠 속에서 새 불을 밝히는 ‘빛의 예식’으로 부활 전야제를 시작하며, 세례와 입교식이 함께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지역별 전통도 다양하다. 미국에서는 부활절 퍼레이드와 함께 해돋이를 보며 예배를 드리는 ‘선라이즈 서비스’가 널리 행해진다. 유럽에서는 폴란드의 부활절 음식 바구니 축복, 독일의 모닥불 행사 등이 이어진다. 스페인에서는 ‘세마나 산타’ 기간 동안 대규모 행렬이 도시 전역에서 펼쳐진다.
생활 속 신앙 실천도 두드러진다. 일부 교인들은 성금요일에 미디어 사용을 중단하는 ‘미디어 단식’을 실천하며, 영국 등에서는 십자가 문양의 ‘핫 크로스 번’을 나누며 예수의 희생을 기념한다.
교단별 특징도 뚜렷하다. 개신교권에서는 지역사회와 연계한 참여형 프로그램이 활발하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교회 연합 ‘크로스 워크’ 행진이 열리고, 영국 교회들은 노숙인 대상 나눔 활동을 펼친다. 독일 루터교회는 수난곡 연주 등 음악 중심 예배와 침묵 묵상을 통해 고난의 의미를 되새긴다.
동방 정교회는 보다 전통적인 의식을 유지한다. 그리스에서는 성금요일 ‘에피타피오스’ 행렬이 진행되며, 에티오피아에서는 장기간 금식과 밤샘 기도가 이어진다. 2026년 정교회 부활절은 4월 12일로, 서방 교회보다 일주일 늦게 진행된다.
이와 함께 온라인 묵상 콘텐츠 제공, 탄소 절제 실천 등 현대적 방식의 고난주간 프로그램도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