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년 역사 첫 여성 수장” 사라 멀랠리, 캔터베리 대주교 취임

캔터베리 대주교 사라 멀랠리 여사가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취임식을 갖는 모습. ©영국 크리스천투데이

영국 성공회 역사상 최초의 여성 캔터베리 대주교가 공식 취임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사라 멀랠리 대주교는 25일(현지시간)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제106대 캔터베리 대주교로 공식 착좌식을 갖고 임기를 시작했다. 이는 약 1400년 역사를 지닌 영국 성공회에서 최초의 여성 수장 탄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착좌식은 성모영보 대축일에 맞춰 진행됐으며, 영국 성공회의 수장이자 전 세계 약 8500만 명의 신도를 보유한 성공회 공동체(Anglican Communion)의 영적 지도자로서의 공식 사역 시작을 알리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는 약 2000명의 인사가 참석했으며, 윌리엄 왕세자 부부와 키어 스타머 총리를 비롯해 영국 성공회 및 세계 각국 교회 지도자들이 함께했다.

과거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던 이력을 반영해, 멀랠리 대주교는 병원과 호스피스에서 일하는 간호사와 돌봄 종사자들도 초청했다. 또한 착좌식에서 착용한 예복의 장식 일부는 과거 간호사 시절 사용했던 벨트 버클로 제작돼 눈길을 끌었다.

예식은 ‘선한 목자 예수’를 주제로 진행됐으며, 수세기 전통과 현대적 상징을 결합한 형태로 구성됐다. 멀랠리 대주교는 성 아우구스티누스 의자에 앉아 목자의 상징인 지팡이를 전달받으며 공식 직무를 시작했다.

그는 설교에서 “하나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누가복음 1장 37절 말씀으로 시작하며, 자신의 사역 여정을 돌아봤다. 멀랠리 대주교는 “십대 시절 예수를 따르기로 결단했던 내가 캔터베리 대주교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중동과 걸프 지역 전쟁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한 성공회 신자들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수단·미얀마 등 분쟁 지역을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아울러 그는 영국 성공회 내 아동 보호 실패 문제로 인한 상처를 인정하며 교회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는 전임 대주교인 저스틴 웰비 사임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멀랠리 대주교는 “교회 내 행동과 무행동, 실패로 인해 상처 입은 이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진실과 연민, 정의, 행동에 대한 헌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성육신의 의미를 언급하며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사실이 교회에 큰 희망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평범한 사람들이 하나님을 믿고 놀라운 일을 이루는 용기를 가질 때 교회는 새로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착좌식은 런던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캔터베리까지 6일간 순례를 마친 뒤 진행됐다. 멀랠리 대주교는 이 여정을 자신의 신앙과 사역의 여정에 비유하며 “하나님께서 지금도 함께 걷고 계심을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취임식에서는 1945년 이후 처음으로 현대 성경이 사용됐다. 그동안 캔터베리 대주교 취임 선서는 6세기 유물로 알려진 ‘아우구스티누스 복음서’로 진행돼 왔으나, 보존 문제로 인해 이번에는 ‘세인트 존스 바이블 헤리티지 에디션’이 사용됐다.

또한 세계 성공회 공동체의 다양성을 반영해 잠비아 벰바어 기도와 스페인어 복음 낭독이 포함됐다.

멀랠리 대주교는 취임에 앞서 “오늘날 세계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되는 사랑과 치유, 희망을 필요로 한다”며 “복음의 기쁨을 다시 나누는 데 헌신하자”고 밝혔다.

그는 지난 1월 법적으로 대주교 직을 확정받았으며, 이번 착좌식을 통해 공식 사역을 시작했다.

한편 멀랠리 대주교는 교회 내 성 윤리 문제 등으로 분열이 지속되는 가운데 취임하게 됐다. 일부 보수 진영은 그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지지자들은 그를 화합과 안정의 리더십을 갖춘 인물로 평가하며 향후 교회 통합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캔터베리 대성당의 데이비드 몬티스 학장은 “50년 전만 해도 여성 대주교는 상상하기 어려웠다”며 “오늘은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녀의 사역을 환영하며 성공적인 역할 수행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