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법과 가이사의 법(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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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헌제(한국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가라지 뽑기를 원하시나이까”(마 13:28-30, 7:15)

서헌제 박사(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예수께서 가라지 비유를 말씀하시자, 종들은 “가라지를 뽑기를 원하시나이까”라고 묻는다. 그러나 주인의 대답은 뜻밖에도 “가만 두라”이다. 가라지를 뽑다가 곡식까지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마 13:28-30). 이 비유에서 밭은 세상을 의미한다(마 13:38). 선과 악이 뒤섞여 존재하는 이 현실 속에서, 인간은 그것을 완벽하게 구별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악을 제거하려는 열심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낳을 수 있다.

역사는 이를 반복해서 증명해 왔다. 중세의 종교재판은 이단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되었지만, 결국 수많은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켰다. 종교개혁 시대에도 이단 척결을 명분으로 국가 권력이 종교를 통제하면서 신앙의 자유는 심각하게 제한되었다. 그렇다면 사이비 종교 문제를 그대로 방치해야 하는가. 성경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거짓 선지자들을 삼가라. 양의 옷을 입고 너희에게 나아오나 속에는 노략질하는 이리라”(마 7:15).

이단·사이비 종교의 범죄와 그로 인한 사회적 폐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들은 왜곡된 종교적 신념을 주입해 신도들을 심리적·정신적으로 지배하고, 헌금 강요, 성범죄, 폭력과 인권 유린, 탈세와 자금세탁 등 심각한 해악을 끼쳐 왔다. 최근 통일교와 신천지에 대한 특검 수사를 통해 이들이 얼마나 조직적으로 정치 영역에 침투해 왔는지도 드러나고 있다. 이제 반사회적 종교집단 문제는 더 이상 종교 내부의 이단 논쟁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헌법상 종교의 자유라는 장막 뒤에 숨어 법망을 피해 왔다. 실제로 법원은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코로나 19 확산 과정에서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신천지 종교법인(HWPL)에 대한 서울시의 설립취소(해산)처분에 제동을 걸었고,신천지의 피해를 주장한 청년 신도들이 제기한 이른바 수많은 ‘청춘반환소송’에서도 대부분 신천지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국회에는 이른바 ‘정교유착방지법안’(민법 개정안)이 제출되었다. 이 법안은 민법의 일부 조항을 개정하거나 신설하여 법인에 대한 감독권을 강화하고,정교분리원칙 및 공직선거법 위반을 해산 사유로 명시하며,해산된 법인의 재산을 국고에 귀속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이 알려지자 교계에서는 “교회해산법”, “일제의 포교규칙을 연상시키는 반민주적·전체주의적 악법”이라는 강한 반발부터,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민법이라는 기본법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법 만능주의는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까지,부정적 견해가 우세하다.

엄밀히 말해 우리나라의 많은 종교단체는 법인 등록 없이 활동하고 있으므로, 이 법안을 곧바로 ‘교회해산법’이라 부르는 것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핵심은 분명하다. 법원이 아닌 행정권이 ‘정교분리’라는 포괄적 기준을 근거로 종교단체를 감독하고 해산하며 재산까지 몰수할 수 있게 된다면, 이는 민법의 기본 원리인 자유와 재산권 보호와 충돌할 뿐 아니라 종교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범죄를 처벌하는 것과 국가가 종교 자체를 규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국가는 종교를 판단할 권한이 없다. 다만 범죄를 처벌할 권한이 있을 뿐이다. 만약 국가 권력이 종교단체를 해산시키고 재산을 몰수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면, 그 권력은 언제든지 다른 종교와 교회에도 적용될 수 있다. 종교의 자유는 그렇게 무너진다.

따라서 종교를 법으로 직접 규제하려는 시도는 그 의도가 아무리 선하더라도 신중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입법이 필요하다면, 민법 개정이 아니라 「반사회적 종교법인의 해산에 관한 법률」과 같은 특별법 제정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법에는 반사회적 종교단체에 대한 명확한 개념과 함께 불법적 헌금 갈취, 인권 유린 등 구체적 해산 사유를 규정하고, 그 판단은 행정부가 아닌 법원에 맡겨야 한다.

반사회적 사이비 종교의 폐해를 막는 일과 종교의 자유를 지키는 일은 서로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다. 오히려 함께 지켜야 할 두 축이다. 반사회적 종교범죄는 단호히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정교분리와 종교의 자유라는 헌법적 토대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가라지를 제거하려다 곡식까지 뽑아버리는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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