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 교회 이해의 주된 특징(1)

오피니언·칼럼
기고
교회 위상의 약화
안승오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

칼 브라텐 (K. Braaten)은 시대적인 신학의 주제들을 언급하면서, 고대 교회는 기독론을, 중세 교회는 성례전론을, 그리고 종교 개혁 시대에는 구원론을 문제 삼았으나, 현대 교회의 기본적인 문제는 교회론이라는 주장을 하였다. 그만큼 오늘날 신학에서 교회론은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처럼 중요한 교회론은 선교에 있어서도 중요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선교를 수행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구 중의 하나가 교회이며, 이런 점에서 교회가 든든히 설 때에 선교가 능력 있게 수행되어지는 것이다. 특별히 전통적인 선교 이해에서는 교회가 없는 지역에 가서 스스로 서가는 교회를 세우는 것이 선교의 최종적인 목표 중의 하나였고, 건강한 자립 교회를 얼마나 많이 세우는가 하는 것이 곧 선교의 성적표였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선교에서는 교회가 선교의 가장 주된 기관이었고, 또 다른 교회를 세우는 것이 선교의 목표였기 때문에, 교회야말로 선교의 시작이고 마지막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에큐메니칼 신학의 ‘하나님의 선교’ (Missio Dei) 개념이 등장하면서 이와 같은 교회 이해는 많은 도전에 직면하기 시작하였다. 이런 도전으로 에큐메니칼 교회 이해는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살펴보자.

전통적인 교회관에서 보면 교회는 지상에서 유일하게 구원의 소식을 가진 기관으로서 그 소식을 전달해야 하는 책임을 강하게 의식하는 기관이었다. 반면에 에큐메니칼 교회 이해에서 보면 교회란 기껏해야 세상에 대한 하나님의 활동의 한 예시로서만 간주되는 경향이 강하며, 이런 점에서 협의회는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관심의 견지에서 볼 때 교회는 세상의 한 조각, 즉 그리스도의 현존과 하나님의 궁극적 구속 사업을 지향하고 축하하기 위하여 세상에 부가된 하나의 첨가물(postscript) 이다” 라고 언급하고 있다. 전통적인 교회 이해에서 보면 교회는 지상에 있는 하나님의 통치의 부분적인 실현이며, 선교는 불신자들을 영원한 죽음에서 생명으로 옮기는데 기여하는 활동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협의회의 교회 이해의 관점에서 보면 교회는 기껏해야 하나님께서 세상에서 활동하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지시자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세계를 위한 교회』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역 회중이 만약에 그리스도께서 맡겨주신 사명을 혼자서 짊어져야 할 독점권을 갖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면, 그리고 복잡한 사회 속에서 사명을 수행하도록 착안된 새로운 회중 역시 ‘교구’ 교회 임을 인식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지역 회중은 새롭고 적절한 삶 속에서 안정감을 되찾을 것이다. .... 만약 지역 회중이 현재 직면하는 새로운 상황의 실체를 인식한다면, 그는 자신의 제한된 능력을 인정하고 오늘날의 총체적 선교의 한 부분을 맡고 있는 자신의 위치를 받아들이는 데 구애받지 않을 것이다.

이상의 주장에 의하면 ‘그리스도께서 맡겨주신 사명’ 곧 선교의 사명은 교회에만 독점적으로 주어지지 않은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교회 외에도 다양한 기관들을 통해서 하나님의 선교를 이루어가시기 때문에 교회는 그 많은 기관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며, 교회만이 구원의 소식을 점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되는 것이다. 반면에 전통적인 교회관에서 교회는 세상에서 불러냄을 받아 구원을 받은 자들의 모임으로서 다른 사람을 또한 구원으로 불러내야 하는 자들의 모임으로 이해된다. 이 경우 하나님의 구원 소식을 맡겨 놓은 곳은 오직 교회 밖에 없으므로 교회는 목숨을 다해 이 구원 소식을 전해야 하는 사명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명을 다하는 결과로 생겨나는 것은 바로 구원 얻은 자들의 모임인 교회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전통적인 교회관에서는 교회가 하나님의 구원 역사에 있어서 핵심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교회 설립은 선교에 있어서 거의 최종적인 목적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에큐메니칼 교회관에서는 “... 교회는 하나님의 최종적 목표가 될 수 없다. 오히려 교회는 하나님께서 전체 피조물과 교제하시는 데 필요한 도구요 성례전이다” 라고 말한다. 이형기는 이러한 현상을 ‘탈(脫) 교회 중심적 교회관’ 이라고 명명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협의회는 전통적인 교회관에서 주어졌던 교회의 절대적인 위상에 강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 좀 더 자세한 내용과 각주 등은 아래의 책에 나와 있다.

현대선교신학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선교와 신학』 및 『복음과 선교』 편집위원, 지구촌선교연구원 원장, 영남신학대학교 선교신학 교수 등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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