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버전 창립자 바비 그룬월드 “AI, 성경 해석엔 아직 신뢰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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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기자
mklee@cdaily.co.kr
유버전 성경 앱. ©Life.Church

성경 앱 ‘유버전(YouVersion)’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바비 그룬월드가 인공지능(AI)의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신앙과 성경 해석에 있어서는 아직 신뢰하기에 이르다고 평가했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0억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한 디지털 성경 플랫폼을 이끄는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교회와 신자들이 AI 챗봇을 통해 영적 질문에 답을 구하는 흐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그룬월드는 “AI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게 된다면, 그것이 안전하고 정확하며 신뢰성을 갖췄다는 확신이 있을 때에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개방형 질문에 답하는 챗봇 기능 도입 여부에 대해 “현재로서는 충분한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유버전은 수백 개 언어로 성경을 제공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성경 앱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룬월드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지역 허브 개소 행사 참석 중 자신을 “AI 초기 사용자”라고 소개하며, 이미 내부적으로는 코딩 효율성과 업무 흐름 개선을 위해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학적 질문에 답하는 공개형 챗봇은 도입하지 않고 있으며, 그 이유로 ‘정확성’을 꼽았다.

그는 “성능이 가장 뛰어난 최신 모델조차 성경을 최소 15% 이상 잘못 인용하며, 일부는 최대 60%까지 오류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쉼표 하나, 단어 하나의 차이도 성경 번역에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언어모델은 인터넷 전반의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기 때문에 강력한 기능을 지니지만, 동시에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생성할 수 있다. 그는 “사용자들이 성경 구절을 정확히 암기하지 못한 경우, 잘못 인용되거나 미묘하게 변형된 내용을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입장은 기독교계 전반에서 이어지고 있는 논쟁과도 맞닿아 있다. 일부 신학자와 교계 지도자들은 AI가 성경을 왜곡하거나 편향된 해석을 제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한 기독교 매체는 AI가 확신에 찬 어조로 부정확한 신학적 설명을 제공할 수 있다며 분별력 있는 사용을 촉구한 바 있다.

반면 교회 현장에서는 AI 활용 실험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설교 초안 작성, 묵상 자료 제작, 기도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에 AI가 활용되고 있으며, 성경 인물과 대화하거나 신앙 질문을 하는 기능도 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목회자들은 새로운 전도 방식으로 평가하는 반면, 신앙 형성을 알고리즘에 맡기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그룬월드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해결의 일부가 되고 싶다”면서도, AI 개발자들에게 성경 처리 정확도를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성경을 일관되게 정확하게 인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다면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앙 기반 기술 기업들도 AI의 윤리 기준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일부 기업은 인간의 존엄성과 신학적 정합성 등 기독교적 가치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기준을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AI는 교회 행정, 데이터 분석, 자료 작성 등 실무 영역에서 이미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목회자들이 보다 직접적인 사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성경 연구자들에게는 본문 검색, 번역 비교, 언어 패턴 분석 등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그룬월드는 “인생의 중요한 질문에 답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해석하는 영역에서는 더 높은 수준의 정확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젊은 세대가 성직자보다 먼저 AI에 의존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AI가 교리나 영적 분별이 아닌 확률 기반으로 답변을 생성한다는 점에 주의를 촉구했다.

유버전은 전 세계 수많은 교회와 신자들이 제자훈련에 활용하는 플랫폼으로, 읽기 계획과 오디오 성경, 구절 공유 기능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력을 고려할 때, AI 기능 도입은 수백만 명의 사용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룬월드는 개인들에게 성경을 직접 배우고, 훈련된 목회자와 지도자의 도움을 구할 것을 권면하며 “기술은 보조 수단일 뿐, 신앙 형성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AI와 신앙의 관계를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기술 발전과 함께 교회는 더 넓은 접근성과 효율성을 기대하는 동시에, 성경 왜곡과 신학적 혼란이라는 위험도 함께 직면하고 있다.

그룬월드는 “속도와 대중성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성”이라며 “사역의 미래에 AI가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성경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정확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