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성 교수의 교회행정 가이드⑨] 회의가 교회를 죽이기도, 살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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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는 행정이 아니라 ‘영적 도구’다

양기성 박사

교회에서 가장 많은 상처가 발생하는 장소는 어디일까? 의외로 회의실이다. 예배당보다, 친교실보다, 심지어 상담실보다도 회의실에서 더 많은 갈등과 낙심이 생겨난다. 그래서 어떤 성도는 이렇게 말한다. “예배는 은혜인데, 회의는 시험입니다.”

문제는 회의 자체가 아니다. 회의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교회는 살아나기도 하고, 서서히 병들기도 한다.

1. 회의는 중립이다. 문제는 ‘운영’이다.

회의는 본질적으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회의는 다만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망치가 집을 세울 수도 있고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듯이, 회의 역시 교회를 세울 수도, 공동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많은 교회에서 회의는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결론 없는 회의, 이미 정해진 답을 합리화하는 회의, 말 많은 사람만 말하는 회의, 영적 분별이 빠진 행정 회의, 이런 회의가 반복되면 교회는 점점 지치고, 성도들은 회의를 피하게 된다. 결국 회의는 사명을 이루는 장이 아니라 에너지를 소모하는 장으로 전락한다.

2. 성경 속에 나타난 회의는 교회를 부흥시켰다.

성경은 회의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중요한 전환점마다 회의와 공동 분별이 있었다. 사도행전 15장의 예루살렘 공의회는 대표적이다. 이방인 문제로 교회가 분열될 위기에 놓였을 때, 사도들과 장로들은 모여 논쟁했고, 말씀을 검토했고, 성령의 인도하심을 분별했다. 그리고 이렇게 고백한다. “ 성령과 우리는 이 요긴한 것들 외에 아무 짐도 너희에게 지우지 아니하는 것이 가한 줄 알았노니”(사도행전 15장 28절).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순서다. 회의가 끝난 후 “우리는 이렇게 결정했다”가 아니라, “성령과 우리는”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교회를 살리는 회의의 본질이다.

3. 웨슬리는 ‘성공적인 회의를 이끈 성직자’였다.

존 웨슬리는 설교가이자 부흥사였지만, 동시에 탁월한 행정적 회의의 지도자였다. 그는 속회 인도자 회의, 반 모임 지도자 회의, 연회 등을 통해 사역을 점검하고 방향을 조정했다. 웨슬리에게서 회의의 특징은 분명했다.

1) 목적이 분명한 회의
2) 회개와 성찰이 포함된 회의
3) 실행을 전제로 한 회의
4) 책임을 분명히 하는 회의

웨슬리는 회의를 통해 사람을 지배하지 않았고, 성도들의 사명을 점검했다.
그래서 그의 조직은 성령의 불을 끄지 않고, 오히려 부흥을 지속시키는 구조가 되었다.

4. 교회를 죽이는 회의의 5가지 특징

현장에서 자주 발견되는, 교회를 병들게 하는 회의의 모습이 있다.

1) 사명이 빠진 회의 : 안건은 있지만 방향은 없다.
2) 기도 없는 회의 : 시작은 기도지만, 실제로는 사람의 계산이었다.
3) 책임 없는 결의 : 결정은 하지만 책임자는 없다.
4) 감정 중심 회의 : 논리가 아니라 기분이 이끈다.
5) 과도하게 긴 회의 : 회의가 길수록 은혜는 줄고 피로는 쌓인다.

이런 회의는 결국 공동체 안에 불신과 냉소를 남기게 된다.

5. 교회를 살리는 회의의 4가지 원칙

그렇다면, 교회를 살리는 회의는 어떤 회의인가?

1) 사명으로 시작하는 회의 : “이 결정이 교회의 사명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이 질문이 없는 회의는 반드시 길을 잃게 된다.
2) 말씀과 기도로 여는 회의 : 형식적 기도가 아니라, 말씀 앞에서 자신을 내려놓는 시간이 필요하다.
3) 결정과 실행이 연결된 회의 : 회의는 기록으로 끝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4) 책임과 위임이 분명한 회의 : 모두의 결정은 결국 아무의 책임도 되지 않는다.

6. 교회 회의는 영성을 시험(test)하는 자리이다.

회의는 그 교회의 영적 수준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서로 존중하며 상대방의 의견을 귀담아 듣는가? 의견이 달라도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가? 성령의 뜻 앞에서 기꺼이 양보할 수 있는가? 그래서 회의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영성 훈련의 현장이어야 한다.

맺는말

교회는 회의 때문에 죽기도 하고, 회의 덕분에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회의가 성도의 사명을 살리면 교회는 살아나게 된다. 회의가 사람을 살리면 공동체는 반드시 회복된다. 좋은 회의는 은혜의 통로다. 그리고 그 회의를 세우는 것이 바로, 교회를 살리는 행정이다.

“사도와 장로들이 이 일을 의논하려고 모여”(사도행전 15:6)
“지략이 없으면 백성이 망하여도 지략이 많으면 평안을 누리느니라”(잠언 11:14)
“의논이 없으면 경영이 무너지고 지략이 많으면 경영이 성립하느니라”(잠언 15:22)

양기성 교수
행정학 박사(Ph.D)/명예신학박사(Hon.Th.D)
서울신학대학교 행정학 특임교수
웨슬리언교회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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