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기독교인이 여전히 가장 심각한 종교 박해를 받고 있다며 각국 정부가 종교 자유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에도레 발레스트로(Ettore Balestrero) 대주교는 지난 3월 3일(이하 현지시간) “박해받는 기독교인들과 함께 서서 신앙과 기독교적 가치를 수호하자(Standing with Persecuted Christians: Defending the Faith and Christian Values)”라는 행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유엔(United Nations) 제네바 사무국에 파견된 교황청 상임 옵서버다.
발레스트레로 대주교는 “전 세계 약 4억 명에 가까운 기독교인이 신앙 때문에 박해나 폭력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는 기독교인이 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종교 공동체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기독교인 7명 가운데 1명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박해의 인적 피해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행사에서 인용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신앙을 이유로 약 5,000명의 기독교인이 살해됐으며, 이는 하루 평균 약 13명이 목숨을 잃는 수준이다.
발레스트레로 대주교는 신앙 때문에 목숨을 잃은 이들이 기독교 전통에서는 순교자로 여겨지지만 국제법의 관점에서는 심각한 인권 침해의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종교 자유 또는 신앙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며 정부가 신자들을 향한 공격을 예방하고 인권 침해에 대해 책임을 묻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종교 자유는 국제법이 인정하는 기본적 인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신자들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할 뿐 아니라 공적·사적 영역에서 신앙을 표현하고 실천할 자유를 제한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종교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해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면책(impunity)’ 문제가 전 세계 종교 박해 대응에서 가장 심각한 과제 가운데 하나라고 경고했다.
발레스트레로 대주교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기독교인들이 폭력, 투옥, 재산 몰수, 강제 이주 등 다양한 형태의 인권 침해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회적 주변화, 특정 직업에서의 배제, 신앙 표현을 제한하는 법적 규제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차별 역시 여전히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럽 일부 지역에서도 기독교인에 대한 적대적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며 2024년 한 해 동안 교회 공격, 기물 파손, 신체적 폭력 등을 포함해 760건이 넘는 반기독교 사건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최근 연구 역시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국제 기독교 단체 오픈도어가 발표한 월드워치리스트(World Watch List) 2026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3억8천800만 명의 기독교인이 심각한 박해와 차별을 겪고 있으며, 이는 전년도보다 약 800만 명 증가한 수치다.
보고서는 북한을 기독교인에게 가장 위험한 국가로 지목했다. 이곳에서는 신앙을 실천할 경우 노동수용소 수감이나 처형에 처해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나이지리아는 기독교인에게 가장 치명적인 국가로 지목됐다. 보고 기간 동안 신앙을 이유로 사망한 약 4,900명의 기독교인 가운데 약 70%가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또한 수단, 말리 등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폭력과 불안정이 확산되고 있으며, 예멘, 시리아 등 중동과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도 기독교 공동체에 대한 압박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레스트레로 대주교는 서구 사회에서도 종교 자유가 법적·문화적 압력으로 인해 점점 제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OIDAC(Observatory on Intolerance and Discrimination against Christians in Europe)가 기록한 사례를 인용하며 2024년 한 해 동안 낙태 클리닉 인근에서 침묵 기도를 했거나 사회 문제와 관련해 성경 구절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법적 조치를 받은 사건 등 2,211건이 보고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종교 자유 보호에 심각한 우려를 제기한다며 모든 신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정부의 의무를 강조했다.
발레스트레로 대주교는 연설을 마무리하며 기독교인에 대한 공격은 단순히 개인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십자가가 상징하는 영적·사회적 가치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교 자유를 보호하는 것은 신자들이 “진리의 부르심에 자유롭게 응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수적일 뿐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적 조화를 지키는 데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