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악의 종교 탄압” 낙인찍힌 북한,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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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 산하 독립기구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가 2024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의 종교자유 상황을 “세계 최악”으로 평가하고, 북한을 ‘종교자유 특별우려국(CPC)’으로 재지정할 것을 국무부에 권고했다.

USCIRF가 북한의 종교 자유를 최악으로 평가한 건 주체사상 기반의 통치 체제 하에서 종교적 신념과 활동을 감시·통제하고, 종교의 자유를 부정해 왔기 때문이다. 북한이 종교인을 적대적 계급으로 분류해 차별·처벌·고립시키고 강제노동과 처형 등에 처하고 있는 걸 근거로 들었다.

보고서는 북한 내 교도소와 노동수용소에 약 8만~12만 명의 수감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기독교 신앙과 관련된 이유로 구금된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 당국의 모진 탄압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부에 최대 40만 명에 이르는 규모의 ‘지하 기독교인’이 존재할 것으로 봤다.

이 보고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건 한국 국적의 선교사 김정욱·최춘길·김국기 씨를 북한이 10년 넘게 억류하고 있다고 지적한 부분이다. 미 국적자가 아닌 한국인의 북한 억류 사실을 USCIRF가 직접 언급했다는 건 미국이 이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교회가 미국 정부 간에 모종의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기감 본부교회에서 진행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기감 측 관계자는 최근 미국 국무부 종교자유 담당자와 한국교회총연합 간에 면담이 이뤄졌으며, 이 자리에서 북한에 억류 중인 선교사 3명 등의 구명 방안이 논의된 사실을 공개했다.

하지만 정부는 대북 유화 기조 속에서 이런 사실을 언급하는 것조차 꺼리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3일 이재명 대통령이 외신기자의 질문에 “우리 국민이 북한에 억류돼 있다는 게 사실이냐. 처음 듣는 얘기”라고 할 정도로 무지하고 아예 관심이 없는 게 문제다.

2013년 10월 북·중 접경 지역에서 인도 지원을 하다 북한에 끌려간 김정욱 선교사는 이듬해 국가전복음모죄 등으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2014년엔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가 떡같이 북한에 억류됐는데 북한은 이들의 생사조차 10년 넘게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이 대통령 외신기자회견 직후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자 대통령실은 다음 날 억류자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북한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해결 노력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3개월이 지나도록 깜깜 무소속이다.

지금 북한엔 탈북민 출신 3명을 더해 최소 6명의 우리 국민이 억류돼 있다. 지난 윤석열 정부에선 여러 차례 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이라도 발표했지만 지금 정부와 여당은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까지 지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러다가 국제사회로부터 북한 주민의 고통뿐 아니라 국민의 생사까지 외면하는 나라로 낙인찍히게 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