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가톨릭 대주교가 낙태, 조력자살, 성소수자(LGBT) 이슈와 관련한 현대적 ‘권리’ 담론이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이를 “정중한 박해(polite persecution)”라고 경고했다.
도쿄 가톨릭 대교구장인 타치시오 이소아 키구치(Tarcisio Isao Kikuchi) 추기경은 최근 크럭스 나우(Crux Now)와의 인터뷰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에서 시행돼 온 정교분리 원칙이 때로는 종교가 공적 영역에 설 자리가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로 인해 인간의 존엄성을 부정적으로 훼손하는 사안들에 대해 교회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교회가 낙태, 핵무기, 이주민 처우 등과 같은 문제에 대해 입장을 표명할 경우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추기경은 “이 나라에서 종교는 도덕적 권위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교회 울타리 안에 머무를 때만 무해하고 괜찮은 존재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본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종교에 대한 경계심이 자선 활동에서조차 신앙적 동기를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 가톨릭 구호단체 카리타스 인터내셔널리스(Caritas Internationalis)의 총재이기도 한 그는 “때로는 지역 사회의 긴장을 피하거나 의심을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 명시적인 기독교 정체성을 드러내지 말라는 조언을 받는다”며 “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이후 일본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이는 카리타스의 근본 원칙과 관련된 문제”라며 “우리의 활동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가톨릭적 이해와 인간 생명의 신성함, 윤리적 가치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에서 기독교는 오랫동안 소수 종교로 남아 있으며, 전체 인구의 약 1%만이 기독교인으로 자신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