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스라엘 공습 여파 확산…“중동 기독교 공동체 생존 위기”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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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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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a Drakhshani/ Unsplash.com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와 정권 핵심 인사들이 사망한 가운데, 이어지는 폭력 사태가 이미 취약한 중동 지역 기독교 공동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국제 가톨릭 구호단체 ACN(Aid to the Church in Need)은 2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란을 비롯해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 전역의 기독교 공동체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ACN 국제 총재 레지나 린치는 “새로운 폭력의 악순환은 이미 생존의 기로에 선 공동체를 한계 너머로 밀어낼 수 있다”며 현지 팀들로부터 “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린치는 “이 지역 민중이 자유와 존엄을 갈망하는 것은 정당하다”면서도 “그러나 전쟁이 재개될 경우 그 대가는 극히 클 것이며, 민간인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기독교인들은 종종 가장 무방비 상태에 놓인다”고 지적했다.

또 “파괴가 다시 확산된다면 이 공동체들이 이를 견뎌내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며 “이미 많은 기독교인이 이주했으며, 전쟁이 재개되면 돌아올 가능성은 낮다. 남아 있는 이들 대부분은 고령자이거나 빈곤층으로, 미래에 대한 깊은 불안을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ACN은 특히 이란 내 소규모 기독교 공동체들이 공식적 차별에 직면해 있으며, 현지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이들은 “특히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국제 감시단체 오픈도어가 발표한 ‘2026 세계 기독교 박해지수’에 따르면 이란은 기독교 박해가 심각한 국가 10위에 올라 있다.

이 단체는 최근 수년간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공격 이후 재건을 시작한 이라크 기독교 공동체의 상황에도 우려를 표했다. 또한 2024년 내전 끝에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축출된 이후 시리아 내 기독교인들의 미래 역시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린치는 “정치적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중동에서 기독교 공동체의 존재와 교회의 사명은 계속돼야 한다”며 기도와 연대를 요청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내 군사 및 정부 시설을 겨냥한 공습을 단행했다. 이번 공격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6)와 고위 관리들이 사망했으며, 민간인 사망자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응해 이란은 이스라엘과 중동 지역 내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지난 1일 한 발의 미사일이 이스라엘 도시 베이트 셰메시에 떨어져 9명이 숨졌다. 또한 쿠웨이트의 한 민간 항구 내 작전센터가 이란의 공격을 받아 최소 6명의 군인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지난해 말 경제난과 정권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며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휩싸였고, 이후 강경 진압 과정에서 수만 명이 사망했다는 보고가 나왔다.

국제 엠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중동·북아프리카 담당 부국장 디아나 엘타하위는 “수십 년간의 억압에 분노를 표출하고 근본적 변화를 요구한 이란 시민들이 또다시 불법적 발포와 체포, 구타에 직면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란 최고안보회의에 대해 보안군의 불법적 무력 사용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란계 기독교 구호단체 트랜스폼 이란(Transform Iran)의 대표 라나 실크는 이란 지도부를 겨냥한 군사 공격이 “피할 수 없었고, 슬프지만 필요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실크는 “누구도 생명의 희생을 원하지 않지만, 이미 더 많은 생명이 희생되고 있었다”며 “이란 국민은 47년간 체계적 폭력 아래 고통받아 왔고, 최근 몇 주간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부의 도움 없이 이란 국민이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많은 이들이 서방의 개입을 오랫동안 요청해 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