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새 학기 시작과 동시에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반정부 시위가 다시 확산됐다. 정부의 유혈 진압으로 한동안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이란 반정부 시위가 대학 캠퍼스를 거점으로 재점화되면서, 이란 정국의 긴장도 다시 높아졌다.
21일(현지 시간) BBC, 로이터,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수도 테헤란의 주요 대학 캠퍼스에서는 시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보안군을 규탄하는 집회와 행진, 연좌 농성이 잇따라 벌어졌다. 새 학기 첫날을 맞은 대학가에는 수백 명의 학생들이 모였고, 반정부 구호가 캠퍼스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일부 지역에서는 정부 지지자들과 시위대 간 충돌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테헤란 대학가에서 시작된 이란 반정부 시위 재확산
테헤란의 샤리프 공과대학에서는 수백 명의 학생들이 캠퍼스를 따라 행진하며 집회를 열었다. 공개된 영상에는 학생들이 줄지어 이동하며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담겼다. 일부 시위대는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고, 또 다른 영상에서는 하메네이를 "살인적인 지도자"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난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정부 지지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고 BBC는 보도했다. 테헤란의 또 다른 대학인 아미르 카비르 공과대학에서도 연좌 농성이 이어졌고, 테헤란 의과대학 학생들은 지난달 시위 과정에서 수감된 학생과 구금자들을 지지하는 행진을 벌였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확산된 이란 반정부 시위는 단순한 캠퍼스 집회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다시 번지는 양상을 보였다.
북동부 제2의 도시 마슈하드에서도 학생들이 "자유"와 "권리"를 외치며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 1월 대규모 이란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숨진 수천 명의 희생자를 추모했다. 서부 도시 아브다난에서는 지역에서 신망을 받던 활동가 교사가 체포된 뒤 경찰서 앞에 시위대가 집결했다. 이 과정에서 보안군이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청년 1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추도식·동맹 휴업으로 번지는 항의…다양해지는 시위 방식
시위 희생자를 기리는 추도식 역시 새로운 항의의 장으로 변모했다. 통상 사후 40일째 열리는 이란의 추도식은 엄숙한 종교 행사로 치러지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조문객들이 무덤 주위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항의의 뜻을 드러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길란주 라프메잔 마을에서는 시위에 참여했다 숨진 청년을 기리기 위해 모스크 앞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이들은 "한 사람이 죽으면 천 명이 그 뒤에 서겠다"고 외쳤다. 지난달 8일 사망한 16세 소년의 추도식에서도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나왔다고 전해졌다. 종교적 의례의 공간이 반정부 목소리를 표출하는 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이란 반정부 시위의 양상은 더욱 복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시위 방식도 점차 다양해졌다. 테헤란과 반다르아바스, 고르간 등지에서는 고교생과 교사들이 ‘빈 교실’로 명명된 동맹 휴업에 나섰다. 해 질 무렵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아이를 살해하는 공화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거리 집회뿐 아니라 일상 공간과 교육 현장까지 항의의 장으로 확장되면서, 이란 반정부 시위는 사회 전반에 걸쳐 다시 불씨를 키웠다.
이번 시위는 장기화된 경제난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대규모 항의 운동의 연장선에 있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시위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최대 규모로 확산했고, 지난달 8~9일을 전후해 절정에 달했다. 이후 보안군의 강경 진압으로 수천 명이 사망하고 수만 명이 체포되면서 한동안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새 학기를 계기로 다시 확산 조짐을 보였다.
◈사망·체포 규모 엇갈린 주장…미국 군사 압박과 맞물린 긴장
진압 과정에서의 사망자와 체포자 규모를 둘러싼 주장도 크게 엇갈렸다. 이란 당국은 지난달 3000여 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 가운데 상당수가 보안군이나 이른바 "폭도"의 공격을 받은 일반 시민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에서 활동하는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시위자 5804명을 포함해 사망자가 6159명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또 다른 보도에서는 사망자가 7000명 이상에 이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체포자는 5만 명 이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사망·체포 규모를 둘러싼 상반된 발표는 이란 반정부 시위를 둘러싼 혼란과 불신을 더욱 키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위 과정에서 3만2000명이 숨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은 이란과의 핵 협상이 실패할 경우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중동 지역에 항공모함과 전투기를 추가 배치하며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 대해 "제한적 군사 공격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강화되는 가운데 이란 내부에서 이란 반정부 시위가 다시 확산되면서, 중동 정세는 한층 불안정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날 시위와 관련해 추가 체포자가 발생했는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대학가를 중심으로 재점화된 이란 반정부 시위는 정부의 강경 대응과 외부의 군사적 압박이 교차하는 상황 속에서 다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