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위치한 한 로마가톨릭 교회가 해리포터를 주제로 한 예배 행사를 예고하면서 지역 교계 안팎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헤르네(Herne)에 있는 성심성당(Sacred Heart Church)은 오는 2월 28일(이하 현지시간) ‘해리포터 예배(Harry Potter Gottesdienst)’라는 제목의 행사를 연다고 최근 공지했다.
독일어 ‘고테스디엔스트(Gottesdienst)’는 예배 또는 종교 예식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마르틴 루터가 독일어 성경 번역에서 사용한 용어이기도 하다.
교회 측은 홍보물에서 성당 내부를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그레이트 홀(Great Hall)’에 비유하며, “촛불과 빛과 어둠 속에서 희망이 형성되는 모습을 함께 경험하자”고 초청했다. 행사에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버터맥주와 과자도 제공될 예정이며, 참석자들에게 기숙사 색상의 복장이나 마법사 복장을 착용해도 된다고 안내했다. 일반 복장도 허용된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파더보른 대교구에는 행사에 반대하는 항의 이메일이 수백 통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가톨릭 매체 EWTN 뉴스에 따르면, 보수 가톨릭 단체 ‘크리스트쾨니히툼(Christkönigtum)’은 공개 반대 캠페인을 주도하며 해당 행사가 성스러운 예배 공간을 가볍게 만들고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의 케빈 미스 대표는 “마술적이고 오컬트적인 모티프를 교회 안으로 들이는 것은 예배당의 거룩성을 모독하는 행위”라며 “이 ‘에큐메니컬 해리포터 예배’는 열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반면 파더보른 대교구는 이번 행사가 종교를 떠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복음 전도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대교구 대변인 이사벨라 슈트룩은 EWTN과의 인터뷰에서 “현대 문화 속 친숙한 이미지와 이야기가 기독교 신앙과 성경으로 다가가는 첫 관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리포터 시리즈는 많은 청소년과 성인의 삶 속에 자리 잡은 문화 요소”라며, 이를 활용한 말씀 중심의 연합 예배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해리포터가 성경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며, 예배의 거룩성과 성전의 존엄성은 충분히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슈트룩 대변인은 일부 신자들이 우려와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이 같은 의견을 받아들이고 행사 준비와 운영에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독일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는 최근 수십 년간 기독교 인구가 크게 감소하는 추세다. 세계관 연구그룹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독일 인구의 약 47%인 3,900만 명이 종교가 없는 상태이며, 개신교와 가톨릭 신자를 합쳐도 전체의 45% 수준에 그친다.
독일 개신교회와 가톨릭교회는 2024년 한 해에만 각각 약 58만 명의 교인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으며, 최근 몇 년 사이 연간 100만 명 이상이 교회를 떠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2000년대 인기를 얻던 당시에도 마술과 오컬트 요소를 담고 있다는 이유로 일부 복음주의 및 가톨릭 진영에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추기경 시절인 2003년 사적인 서한에서 이 시리즈가 “눈에 띄지 않게 작용하는 미묘한 유혹을 통해 기독교 신앙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가 J.K. 롤링은 자신이 기독교적 배경을 갖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작품 속에 자기희생과 구속 등 성경적 주제가 반영돼 있다고 설명해 왔다. 동시에 최근에는 마음속에 ‘하나님을 향한 공백’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