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 구원 개념을 형성하게 된 또 하나의 결정적인 요인은 해방신학이다. 해방신학은 메델린 주교회의에서 태동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1968년 8월에 콜럼비아 메델린에서 열린 제 2차 라틴 아메리카 주교 총회에서 구티에레츠는 ‘해방’ (Liberation) 이라는 이슈를 가지고 주제연설을 하였고, 그 후 1971년에 구티에레츠는 (Gutierez)는 『해방신학』(A Theology of Liberation) 이란 이름으로 책을 출간하였는데, 이것이 해방신학 최초의 대표작이 되었다.
근대 에큐메니칼 운동이 시작될 당시만 해도 선교에 있어서 사회참여의 개념은 자선(charity)의 수준 정도에 머물러 있었는데, 그것이 ‘포괄적 접근’의 모델로 발전해 가면서, 의료 교육 농업 등의 제반 분야가 선교의 영역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렇지만 선교에 있어서 보다 더 근본적인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따라 ‘개발’ 개념이 등장하게 되었는데, 이것은 서구 교회와 선교 단체들이 선두 주자로 나서서, 제 1,2 세계가 제 3세계의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차원에서 나타난 것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서구 교회와 서구 중심의 선교를 통해서는 이 세계에 현존하는 구조적 불의 (systematic injustice)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면서 개발보다는 해방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즉 구조적 모순을 그대로 안고 있는 ‘발전’ 이 아니라 ‘해방’을 지향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해방신학이 개발 개념으로 만족할 수 없는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개발 개념은 문화적으로 제 3세계를 고려하지 않았다. 즉 서구사회에 유익한 것은 제 3세계에도 동일하게 유익하리라는 일방적인 전제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둘째, 개발이라는 개념 자체에 주체인 인간과 객체인 물질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계몽주의적 전제가 들어 있었다. 셋째, 서구 세계는 항상 ‘주는 자’로서, 그리고 제 3세계는 항상 ‘받는 자’로 인식되고 있었다. 변화는 제 3세계에만 필요한 것이요, 제 1세계에 대해서는 변화의 필요성을 생각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넷째로 결정적인 문제는 개발의 결과 소수의 엘리트들은 개발의 혜택을 받았지만 대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 더욱 더 심화되고 말았다. 결국 빈곤의 문제는 지식이나 문화나 기술의 문제 라기 보다는 전 세계적인 구조적 관계들 (global structural relationships)의 문제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 정치적으로 ‘개발’은 ‘혁명’으로 대치되었고, 신학적으로 ‘개발’은 ‘해방신학’으로 대치되어간 것이었다. 이와 같은 해방신학이 등장하면서 이제는 ‘개발과 미개발’ 이 아니라, ‘지배와 종속’ (domination and dependence), ‘부자와 가난한 자’,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그리고 ‘억압하는 자와 억압을 받는 자’ 라는 도식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제 빈곤은 개발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불의 (injustice)의 근원적인 원인을 제거할 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개발은 과거와의 진화적 연속성 (evolutionary continuity)을 의미하는 것이고, 해방은 과거와의 ’완전한 단절‘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해방신학은 종속관계에서 배불리 먹고 사는 것보다는 인간다움이 보장되는 ’해방‘을 추구하였다. 방콕은 구원을 단순한 영혼구원으로 제한하지 않고, 가난과 억압과 각가지의 착취로부터의 해방으로 이해했는데, 이러한 구원 이해는 구원을 해방으로 이해하는 해방신학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 좀 더 자세한 내용과 각주 등은 아래의 책에 나와 있다.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선교와 신학』 및 『복음과 선교』 편집위원, 지구촌선교연구원 원장, 영남신학대학교 선교신학 교수 등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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