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눈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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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 탐방기] 대전동산장로교회 오정무 목사
오정무 목사

나는 작년에 이어 지난 1월 20일에 내 아내와 함께 필리핀 선교지에 왔다.

선교지에 와서 보니, 말은 참 아름답게 ‘선교’라 하고, 듣기에도 존귀하게 ‘선교사’라 부르지만, 그 현장 속에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힘겨운 싸움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고 듣는다.

나는 이곳에서 지내며, 사역 현장에서 지쳐가는 선교사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조용히, 아무 말 없이 무너져 가고 있는 사모들의 모습이었다.

선교사의 아내 또한 같은 부르심과 소명을 받은 동역자이다. 그래서 우리는 편하게 ‘사모님’이라 부른다. 그러나 그 이름 뒤에 숨겨진 삶은 고달픔을 넘어 애잔함으로 다가왔다.

루손섬 울롱가포에서 사역하는 정 선교사의 사역 현장에서 여러날을 지내면서 함께 사역현장을 돌아보면서 그 가정에서 생활하였다.

그들의 사역과 가정은 주님의 나라와 복음을 위한 뜨거운 헌신 그 자체였다. 3,000평의 대지 위에 세워진 선교센터는 누구의 눈에도 자랑스러울 사역의 열매였다. 그러나 그 화려해 보이는 사역의 이면에는 누구나 볼 수없는 눈물과 상처가 숨어 있었다. 현실적으로 찾아온 건강의 문제, 재정의 압박, 그리고 지속적으로 감당해야 될 사역의 무게가 한꺼번에 짐이 되어 그들을 짓누르고 있음을 듣고 보았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무슨 말로 격려하고 위로해아 할는지 그저 마음이 먹먹할 뿐이었다. 특히 사모님에게는 절대적인 휴식과 쉼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절실히 느껴졌다.

잠시라도 사역지를 떠나 숨을 고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내 아내가 정선교사 사모님을 통해 들은 이야기들은 더욱 가슴을 무너지게 하였다.

멀지않은 수빅 지역에서 사역하던 한 선교사 사모님은 몸이 너무 아파 한국에 들어가 검사를 받았고, 폐얌이라는 판정을 받은 뒤 8개월만에 가족들을 등지고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또 다른 사모님 역시 병으로 고통속에서 사역하다가 결국 주님 나라로 갔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는 나도 가슴이 저려오는데, 그 현장을 직접 바라보아야 했던 동역자들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을까 생각하니 숨이 막힌다.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복음 전하다가 죽어 천국에 가면 순교요 상급이지 않은가요?"

그러나 그것이 정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그것이 과연 우리가 쉽게 말할 수 있는 답일까?" 이런 이야기들을 듣고 보면서 내 마음속에 한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교회를 건축하고, 건물을 세우고, 선교센터를 확장하는 일보다 지금 당장 무너져가는 사람들을 먼저 살리는 일들이 시급한 일이 아닐까. 선교의 기반을 세우고 눈에 보이는 업적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살아있는 사람이 쓰러져가고 있다면, 그들을 살리고 일으키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이겠는가 싶다.

나 역시 지금 어느 권사님의 후원을 받아 Mountain province 지역에 교회당과 선교센터를 건축중에 있다. 또 필리핀으로 오기 전에도 어느 권사님으로부터 건축할 사역지를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러나 요즘 들어 마음으로부터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우리 이름을 남기는 일보다, 우리의 업적을 세우는 일보다, 지금 무너지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 먼저가 아닐까".

오늘도 먼 하늘을 바라보며 주님께 묻는다. "주님, 죄송해요. 천국 가는 것도 귀하고 복된 일이지만 이 땅에 살아있는 동안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역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내 아들이 그렇게 잔소리처럼 하던 말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아빠, 엄마한테 잘하세요!"

#오정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