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와 시스템의 조화
많은 교회 문제의 중심에는 언제나 리더십이 있다. 특별히 담임목사와 교회행정의 관계는 교회의 건강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담임목사의 리더십이 살아 있으면 교회는 질서를 갖추고, 담임목사의 리더십이 흔들리면 행정 또한 무너진다. 그러나 여기서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담임목사의 리더십은 강한 카리스마로만 유지되지 않는다. 오히려 카리스마만으로 운영되는 교회는 가장 빨리 힘이 소진되고, 가장 크게 흔들린다. 따라서 건강한 교회는 카리스마와 시스템이 조화를 이루는 교회다.
1. 담임목사의 권위는 어디에서 오는가?
담임목사의 권위는 직함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성경은 분명히 말한다. “맡은 자들에게 주장하는 자세를 하지 말고 양 무리의 본이 되라”(베드로전서 5:3)
담임목사의 권위는 지배력이 아니라 신뢰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 신뢰는 설교 실력만으로 쌓이지 않는다. 의사결정의 공정함, 재정의 투명성, 사람을 대하는 태도 속에서 형성된다. 다시 말해, 행정의 태도 자체가 리더십이다. 행정을 무시하는 담임목사는 결국 자신의 권위 기반을 약화시킨다. 반대로 행정을 존중하는 담임목사는 자연스럽게 공동체의 신뢰를 얻는다.
2. 카리스마 리더십의 유혹과 위험
교회는 영적 공동체이기에 자연스럽게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강하게 작용한다. 하나님께 받은 은사, 설교의 능력, 영적 통찰은 분명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이것이 행정을 대체할 수는 없다. 카리스마에만 의존하는 교회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들은 다음과 같다.
1) 모든 결정이 담임목사 개인에게 집중된다
2) 질문과 견제가 사라진다
3) 지도자의 피로와 고립이 심해진다
4) 후임 리더십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는 담임목사의 신앙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건강한 영성이라도 구조 없이 오래 유지되기는 어렵다.
3. 예수님의 리더십: 권한 위임과 구조
예수님은 가장 완전한 카리스마의 소유자이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모든 사역을 혼자 하지 않으셨다. 제자들을 세우고, 둘씩 보내시며, 사역을 위임하셨다.
특히 모세가 이드로의 조언을 받아 천부장, 백부장, 오십부장, 십부장을 세운 장면은 성경적 행정 리더십의 전형이다(출애굽기 18장). 이 구조는 모세의 권위를 약화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모세가 말씀과 기도에 집중하도록 도왔다. 권한 위임은 리더십의 약화가 아니라 성숙이다.
4. 담임목사는 행정의 ‘주인’이 아니라 ‘목회방향의 제시자’이다.
건강한 교회에서 담임목사는 모든 행정을 직접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담임목사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1) 교회의 영적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임을 알아야 한다.
2) 핵심 가치와 기준을 설정해 주는 자라야 한다.
3) 지도자들을 세우고 격려하는 자이어야 한다.
4) 최종 책임을 지는 희생적인 선한 목자이어야 한다.
행정 실무는 훈련된 장로, 임원, 평신도 리더들이 감당해야 한다. 담임목사가 모든 행정을 움켜쥐면 교회는 커질수록 취약해진다. 반대로 체계적인 행정 구조가 있을 때 담임목사는 본연의 목회 사명에 집중할 수 있다(출애굽기 18장 천부장제도/사도행전 6장 안수집사제도).
5. 시스템은 담임목사를 보호한다.
많은 담임목사들이 행정을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는, 행정이 자신을 제약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반대다. 좋은 시스템은 담임목사를 보호한다. 그 효과는 다음과 같다.
1) 재정 시스템은 오해로부터 보호한다
2) 의사결정 구조는 독단의 유혹으로부터 보호한다
3) 회의 체계는 불필요한 감정 소모로부터 보호한다
4) 행정이 없는 리더십은 혼자 짐을 지는 리더십이다. 그리고 혼자 짊어진 짐은 언젠가 무너진다.
6. 교회를 살리는 담임목사 리더십의 방향
오늘날 교회를 살리는 담임목사 리더십은 두 극단을 넘어선다. 카리스마만 있고 구조가 없는 리더십도 아니고, 구조만 있고 영성이 없는 리더십도 아니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신뢰하되, 그 인도하심을 담아낼 구조를 세우는 리더십이다.
담임목사가 행정을 사랑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담임목사는 행정을 존중해야 한다. 그때 행정은 통제가 아니라 섬김이 되고, 리더십은 권력이 아니라 돌봄이 되며, 교회는 한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 건강한 공동체로 살아난다. 카리스마와 시스템이 만날 때, 교회는 더 오래, 더 깊이 살아 숨 쉬게 된다.
“무리를 명하여 떼로 또는 백 명씩 오십 명씩 앉게 하시니”(마가복음 6:39~40)
“또 네가 많은 증인 앞에서 내게 들은 바를 충성된 사람들에게 부탁하라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으리라”(디모데후서 2:2)
양기성 교수(Ph.D., Hon. Th.D.)
서울신학대학교 교회행정학 특임교수
한국웨슬리언교회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양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