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상대로 관세 인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가운데, 한미 외교장관이 워싱턴에서 직접 만나 관세 문제를 포함한 주요 현안을 놓고 협의에 들어갔다. 최근 미국 측이 한국의 무역합의 이행 문제를 문제 삼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회담은 향후 한미 통상 및 외교 관계의 향방을 가늠할 계기로 주목받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를 방문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적용되는 관세율을 기존 15%에서 다시 25%로 인상할 수 있다고 언급한 이후, 한미 외교 수장이 공식적으로 마주 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
이날 조 장관과 루비오 장관은 오후 2시 1분께 국무부 청사에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내 악수를 나누고 간단한 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이후 약 10여 초간의 공개 일정이 끝난 뒤 곧바로 비공개 회담장으로 이동해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취재진이 관세 협상과 관련한 입장을 묻자 두 장관은 별도의 발언 없이 회담장으로 들어갔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번 회담에서는 관세 문제를 중심으로 양국 간 무역합의 이행 상황과 조인트팩트시트에 담긴 합의 사항의 이행 여부가 주요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북한 문제와 한반도 안보 정세 등 외교·안보 분야의 주요 현안 전반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 인상 언급 이후 첫 고위급 외교 접촉
이번 외교장관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무역합의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관세율을 다시 25%로 되돌릴 수 있다고 밝힌 지 약 일주일 만에 성사됐다. 해당 발언 이후 한국 정부는 외교와 통상 채널을 동시에 가동하며 미국 측과의 소통을 이어왔다.
정부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잇달아 미국에 파견해 무역합의 이행 의지와 대미 투자 절차, 관련 정책 추진 상황을 설명해 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미국 정부로부터 관세 인상 방침을 철회하겠다는 공식적인 입장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정부 “합의 파기 아닌 이행 속도 문제”
조 장관은 이번 방미 기간 중 미 국무부가 주최하는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그는 출국에 앞서 관세 문제와 관련한 정부 입장을 설명하며 “양국 정부 간 합의된 사안은 국회 절차에 따라 입법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절차적 상황을 미국 측에 충분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과정이 이미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또 미국의 최근 관세 관련 메시지에 대해 “합의 파기라기보다는 이행 속도를 조금 더 서둘러 달라는 취지로 이해하면 된다”고 언급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기존 합의를 유지하면서도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차와 제도적 절차를 해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미 외교장관이 직접 만나 관세 문제를 포함한 민감한 현안을 논의하면서, 이번 회담 결과가 향후 미국의 관세 정책 방향과 한미 간 통상 협의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