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유일한 공식 성공회(앵글리칸) 교회가 교회 운영권을 둘러싼 내부 분쟁 속에 예배를 잠정 중단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영국 성공회(Church of England)와 연계된 성 앤드루 성공회 교회(St. Andrew’s Anglican Church)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러시아 법률상 요구 사항을 충족하지 못해 당분간 예배를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교회 측은 공지문에서 “러시아 법에 따라 예배를 집례할 권한을 가진 인원이 부재함에 따라 향후 몇 주간 예배를 드릴 수 없게 됐음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영국 성공회 유럽교구(Diocese in Europe)를 포함한 외국 종교 단체와 연계되었거나 그 지시에 따라 활동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교회 건물에서 예배를 진행하는 것은 ‘모스크바 성공회 교회(Anglican Church in Moscow)’의 승인을 받지 않은 행위로, 러시아 연방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회 지도부는 또 “영국 성공회 유럽교구는 러시아 내 종교 단체를 관리하거나 러시아 영토에서 종교 활동을 수행할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2월 성 앤드루 교회의 채플린으로 임명된 인도 출신의 아룬 존(Arun John) 목사가 일부 교인들이 교회의 행정과 재정을 불법적으로 장악했다고 주장한 이후 나왔다.
존 목사는 지난해 가을 발행한 뉴스레터에서 “해당 조직이 교회 웹사이트와 왓츠앱 그룹을 해킹해 교회 지도부에 대해 전적으로 사실이 아닌 내용을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이들은 임명된 채플린이 러시아로 돌아오기 위한 비자를 받지 못하도록 방해함으로써 성 앤드루 교회의 운영을 통제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존 목사는 평신도 지도자들과 교회 공동체가 “부당함에 맞서 굳건히 서 있다”고 평가하며, “위협과 언어적 폭력 속에서도 용기와 정직함으로 이 적대적 집단에 맞서고 있는 교회 관리위원 니콜렛 커크와 재무 담당 수레시 로즈에게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타임스(The Moscow Times)에 따르면 성 앤드루 교회는 러시아에서 “유일하게 성공회 목적으로 건축된 교회 건물”로, 다수의 성공회 공동체가 임대 공간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 현실과 대조된다.
성 앤드루 교회는 1825년에 설립됐으며, 1885년 교회 건물이 봉헌됐다. 이후 1920년 공산 정권에 의해 재산이 몰수돼 세속적 용도로 사용되다가, 1991년 반환 절차가 시작돼 1994년 공식적으로 성공회에 복귀했다.
이번 예배 중단과 재산 분쟁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더 타임스(The Times)는 전했다.
러시아 정부는 오랫동안 종교 단체에 대한 강력한 통제를 유지해 왔으며,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교회를 보호하는 것이 ‘국가 전략적 이익’과 맞닿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오픈도어 인터내셔널(Open Doors International)에 따르면 러시아 인구 대부분은 러시아 정교회 소속이며, 개신교인은 전체 인구의 약 1.3%에 불과하다.
지난해 러시아 법원은 교회협의회 침례교(Council of Churches Baptists)와 연계된 티마쇼프스크, 아르마비르, 투압세 지역의 침례교 교회들에 대해 당국에 활동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운영 금지 판결을 내렸다.
또한 2016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복음주의 단체를 포함한 종교 단체의 설교와 전도 활동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안에 서명했으며, 이후 여러 개신교 교회들이 법적 처벌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