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대북 한국어 방송 이달 중 재개 추진… 미 의회 예산 복원으로 정상화 수순

예산 중단 여파로 멈췄던 대북 방송, 다시 가동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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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의 예산 지원 중단으로 사실상 운영이 멈췄던 자유아시아방송(Radio Free Asia·RFA)이 북한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방송을 이달 중 재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공영방송 RTI는 17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RFA가 한국어 서비스 정상화를 위한 실무 준비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근무 중인 RFA 소속 기자 4명이 대북 한국어 서비스 재개를 위해 콘텐츠 제작과 편성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 주 후반부터 북한 관련 디지털 콘텐츠 제작이 시작될 예정이며, 초기 단계에서는 주 1회 라디오 프로그램이 편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재개는 전면적인 정상화 이전 단계로, 가용 자원을 활용한 제한적 운영부터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RFA “검열되지 않은 정보 접근 위해 서비스 재개 결정”

RFA 측은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의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극히 제한적인 상황을 고려해 한국어 방송 재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로힛 마하잔 RFA 대변인은 “북한 주민들이 접근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정보가 매우 제한돼 있다”며 “검열되지 않은 보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현재 확보된 자원을 바탕으로 한국어 서비스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북 한국어 방송의 제작과 송출에 소요되는 비용은 RFA 자체 예산으로 충당될 예정이다. RFA는 이미 중국어(푸퉁화)와 미얀마어(버마어) 서비스에서 콘텐츠 제작을 재개했으며, 향후 위구르어와 티베트어, 광둥어 등 중국 내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한 언어 서비스도 순차적으로 복원할 방침이다.

트럼프 행정부 예산 중단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

RFA는 지난해 10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지시에 따라 미국 글로벌미디어국(USAGM)으로부터 지급받던 보조금이 중단되면서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당시 RFA는 전체 직원의 약 90%를 해고했으며, 다수의 언어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사실상 방송 활동을 멈춘 상태였다.

이 같은 조치는 미국 내에서 전략적 판단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왔다. 비판론자들은 중국을 비롯한 권위주의 국가들과의 정보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해외 방송 축소는 장기적으로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결정이라는 지적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미 의회에서는 행정부 조치를 두고 법적 다툼과 정치적 반발이 이어졌다.

미 의회, USAGM 예산 복원 합의…국제 방송 유지 길 열려

이런 가운데 미국 의회는 최근 USAGM에 대해 6억5300만 달러 규모의 예산을 지원하는 데 초당적으로 합의했다. 해당 예산안에는 방송 운영비뿐 아니라 약 1000만 달러의 인프라 관련 예산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된 예산 규모는 최근 2년간 연평균 지원액인 약 8억6700만 달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백악관이 당초 제안했던 1억5300만 달러보다는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다만 예산안은 아직 미 상·하원 본회의 통과와 대통령 서명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VOA·RFA 등 국제 방송 재개 움직임 확산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USAGM 해체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소리(VOA) 소속 직원 약 1300명은 유급 행정휴가로 전환됐고, VOA 방송은 1942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전면 중단됐다.

VOA 국장과 USAGM 소속 직원들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지방법원은 방송사의 법정 의무 이행을 요구하는 임시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 조치에 따라 VOA는 중국어, 페르시아어, 파슈토어, 다리어 등 일부 언어 서비스의 콘텐츠 제작을 재개했으나, 과거 49개 언어에 이르던 전체 서비스 규모에는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RFA의 티베트어 서비스 역시 예산 중단으로 폐쇄되면서 티베트 지역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주요 창구가 사라졌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관측통들은 이 공백을 틈타 중국 관영 매체들이 티베트어 콘텐츠를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미 의회의 예산 합의로 VOA를 비롯해 자유유럽방송(RFE/RL), 자유아시아방송(RFA), 중동방송네트워크(MBN) 등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국제 방송사들이 운영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의원들은 국제 방송 지원이 미국의 장기적인 글로벌 정보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미국 정부의 지원 중단 이후 VOA 티베트어부 출신 기자 3명은 지난 5월 ‘티베트 라디오(Tibet Radio)’를 설립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티베트 내부에 달라이 라마 관련 소식과 망명 사회 동향을 전하고 있다. VOA의 티베트어 방송은 1991년에, RFA의 티베트어 방송은 1996년에 각각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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