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 세계에서 기독교인에게 가장 위험한 국가로, 나이지리아는 기독교인 사망자가 가장 많은 국가로 나타났다. 이는 오픈도어(Open Doors)가 14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한 ‘2026 세계 기독교 박해 지수(World Watch List·WWL)’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보고서는 지난 1년간 신앙을 이유로 높은 수준의 박해를 경험한 기독교인은 전 세계적으로 3억 8,800만 명에 달해 전년 대비 800만 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 기독교인 7명 중 1명이 박해를 받고 있음을 의미하며, 아시아에서는 5명 중 2명, 아프리카에서는 5명 중 1명이 박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북한은 최근 30년 중 29년 동안 WWL 1위를 차지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끄는 폐쇄적인 공산국가인 북한에서는 성경 소지나 기독교 신앙 행위가 적발될 경우 극심한 처벌을 받는다. 오픈도어는 북한 기독교인들이 “최대한의 비밀 속에서 예배를 드려야 하며, 교회는 점점 더 깊은 지하로 숨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도어는 “점수는 최대치에 근접해 있다”며 “기독교인이 발각될 경우 본인과 가족이 노동수용소로 보내지거나 처형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정치적 세뇌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선교사들이 아이들을 독살하거나 장기를 적출한다는 허위 소문이 유포되고 있다”며 “종교의 자유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나이지리아는 WWL 7위에 올랐지만, 기독교인 사망자 수에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국가로 기록됐다. 보고 기간 동안 전 세계에서 신앙을 이유로 살해된 기독교인 4,849명 중 70%에 해당하는 3,490명이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했다.
오픈도어는 이 수치가 “기독교 신앙과의 연관성이 합리적으로 입증된 사례만 집계한 보수적인 수치”라고 설명했다. 최근 나이지리아에서는 대규모 납치 사건이 이어졌고, 미국은 기독교인 표적 공격을 이유로 나이지리아를 ‘특별우려국(CPC)’으로 재지정한 뒤 크리스마스 기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기지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
일부 정부와 언론이 나이지리아 내 폭력 사태의 종교적 성격을 축소해 왔으나, 오픈도어는 통계를 근거로 “기독교인들이 분명히 불균형적으로 표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베누에주에서는 기독교인 1,310명이 사망한 반면 무슬림 사망자는 29명에 불과했으며, 플래토주에서는 기독교인 546명, 무슬림 48명이 각각 사망했다. 타라바주에서는 기독교인 73명, 무슬림 12명이 숨졌다. 또 지난해 카두나주에서는 기독교인 1,116명이 납치된 반면 무슬림 납치자는 101명이었다.
헨리에타 블라이스 오픈도어 영국·아일랜드 CEO는 “이번 연구는 이것이 단순한 토지 분쟁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공격자들이 ‘알라후 아크바르’와 ‘모든 기독교인을 멸망시키겠다’고 외쳤다는 목격 증언과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이 신앙 때문에 표적이 되고 있음을 분명히 알고 있으며, 이제 그들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라이스 CEO는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진 점은 환영하면서도 실제 행동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고서 서문에서 “나이지리아는 여전히 전 세계 다른 모든 나라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기독교인이 신앙 때문에 살해되는 국가”라며 “영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나이지리아 정부를 도와 폭력을 멈추고 치유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프리카 내 기독교 박해는 나이지리아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픈도어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전개 중인 비극”이라고 표현하며, 14개국이 WWL에 포함됐고 나이지리아·수단·말리는 폭력 항목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올해 WWL 상위권에는 북한에 이어 소말리아, 예멘, 수단, 에리트레아가 이름을 올렸다.
오픈도어는 “약한 군정과 내전으로 법과 질서의 공백이 생긴 지역에 이슬람 무장세력이 침투하고 있다”며 “부르키나파소, 말리, 콩고민주공화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소말리아, 니제르, 모잠비크 등에서 사실상 처벌 없이 활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목표는 “극단적 해석의 이슬람법에 기반한 ‘샤리아 국가’ 수립”이라고 덧붙였다.
중동에서는 시리아가 주요 우려 국가로 지목됐다. 내전과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의 혼란으로 기독교인들의 탈출이 가속화됐다는 것이다. 시리아는 지난해 18위에서 올해 6위로 급상승했는데, 이는 지난해 6월 다마스쿠스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기독교인 22명이 사망하는 등 폭력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이 사건 이후 많은 기독교인들이 추가 공격을 두려워해 교회 출석을 중단했다. 다마스쿠스의 기독교인 거주 지역에서는 개종을 촉구하는 확성기 방송 차량이 다녔고, 쿠르드 지역에서는 새 교육과정 도입을 거부한 기독교 학교 14곳이 폐쇄됐다.
익명을 요구한 오픈도어 중동 담당 전문가는 “아사드 정권 붕괴 당시에는 기독교인들에게 잠시나마 희망이 있었지만, 자살폭탄 테러와 교회 훼손, 강제 이주가 이어지며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며 “국제사회의 긴급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픈도어는 시리아 내 기독교 인구가 2015년 110만 명에서 현재 30만 명으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대규모 이탈은 이라크(18위)와 팔레스타인 지역(63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오픈도어는 “중동 국가들의 기독교 인구를 정확히 집계하는 것은 어렵지만, 여러 보고는 기독교 발상지에서 대규모 이탈이 계속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