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차별금지법’ 염려할 필요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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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원식 국회의장이 한국교회 주요 인사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22대 국회에 첫 발의된 ‘차별금지법’에 대해 “일부 소수 의원들이 추진하는 것으로,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크게 염려할 필요 없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한 교계 지도자들이 이 사안에 대해 한결같이 우려를 표한 데 대해 안심시키는 차원에서 한 말로 풀이된다.

지난 12일 우 의장의 초청으로 마련된 만찬 자리엔 한국교회총연합 김정석 대표회장을 비롯해 정훈 목사(통합 총회장), 김종혁 목사(합동 증경총회장)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를 비롯, 기감 이철 감독과 김학중 목사가 동석했다고 한다. 우 의장이 이들을 초청한 건 새해 인사를 겸해 사회 주요 이슈에 관해 의견을 나누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기독교감리회 측 전언에 따르면 한교총 김 대표회장 등 동석한 교계 인사들은 우 의장에게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스며든 이념·젠더 대립으로 인한 갈등의 심각성을 제기했다고 한다. 이런 현실에서 국회가 국민통합을 위해 선도적인 노력을 기울여달라는 거다.

교계 인사들이 이 자리에서 우 의장에게 이구동성으로 우려를 전한 게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다. 얼마 전 진보당 일부 의원 중심으로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에 담긴 문제점을 지적하며 제정에 신중을 당부하자 우 의장이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투로 답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우 의장이 교계 인사들에게 한 말은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이번 차별금지법안은 소수당이 중심이 돼 발의한 것이어서 여당이 동조하지 않을 것이란 것과 다른 하나는 아직 국회가 이 문제를 본격 논의할 준비가 안 됐다는 뜻일 거다.

진보당 손솔 의원은 자신이 법안 발의를 공언한 지 두 달여 만에 발의 요건을 채웠다. 자신을 제외한 법안 발의에 필요한 최소 9명의 공동발의자를 모으기가 순탄치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우 의장의 어법이 아주 틀린 건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22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관련 발의가 손 의원 하나로 끝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지난 21대 국회에선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발의하자마자 뒤이어 국가인권위원회가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시안’을 발표해 조속한 입법을 국회에 권고하고, 이어 더불어민주당 위원들이 ‘평등에 관한 법률’,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안’ 등 비슷한 이름의 법안을 연속해 발의한 사례가 있다.

21대 때 발의된 법안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는데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얼마 전 민주당이 밀어붙인 ‘정보통신망법’ 하나만 봐도 ‘차별금지법’을 쏙 빼닮았다. 이제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는 건 일도 아니라는 뜻이다. 국회의장이 교계 지도자들에게 “크게 염려하지 말라”고 한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