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를 통해 국헌을 문란하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내란 특별검사팀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해 사형을 구형한 것은 1996년 12·12 군사반란 및 5·18 내란 사건 재판에서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한 이후 약 30년 만으로, 헌정사상 두 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전날 오전 9시 30분부터 이튿날 새벽 2시 25분까지 약 16시간 55분 동안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피고인들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선고기일을 내달 19일 오후 3시로 지정했으며, 이에 따라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약 1년 2개월 만에 1심 판단이 내려지게 됐다.
◈특검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으로 헌정질서 중대 훼손"
조은석 특별검사가 이끄는 내란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적용해 사형을 구형했다. 해당 혐의의 법정형은 사형과 무기징역, 무기금고형으로 제한돼 있다. 박억수 특검보는 구형 의견을 통해 "윤석열은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통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기능을 훼손하고, 국민의 정치적 자유는 물론 생명과 신체의 자유에 중대한 위협을 가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어 "권력 유지를 목적으로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가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이번 재판을 통해 대한민국의 형사사법 시스템이 스스로 헌정질서를 수호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내란의 가장 큰 피해자는 독재와 권위주의에 맞서 희생으로 민주주의를 지켜온 국민이라며, 헌법 가치와 핵심 기본권이 내란으로 인해 한순간에 붕괴됐다고 지적했다.
약 38분간 이어진 구형 의견 진술 말미에 특검팀은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어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없다"며 "윤석열에게 사형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이 발언 직후 윤 전 대통령은 잠시 옅은 미소를 지었다가 방청석을 훑어본 뒤 다시 무표정한 표정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청석에서는 욕설이 터져 나오기도 했고, 지귀연 재판장은 여러 차례 정숙을 요청했다.
◈김용현 전 장관 등 주요 공범들에게도 중형 구형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과 함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는 징역 30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는 징역 20년을 각각 구형했다.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에게는 징역 15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에게는 징역 12년이 선고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김용군 전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과 윤승영 전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에게는 각각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특검팀은 이들이 비상계엄 선포 과정과 이후 조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내란 실행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 "비상계엄은 군사독재 아닌 헌정 수호 조치"
윤 전 대통령은 결심공판 이튿날인 이날 0시 12분부터 새벽 1시 41분까지 약 1시간 29분 동안 최후진술을 이어가며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당시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해 국정을 마비시키고 헌정 질서를 붕괴시켰다며, 국가가 망국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국민을 깨우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이 정치와 국정에 관심을 갖고 망국적 상황에 대해 감시와 견제를 해달라는 호소였다"며 "12·3 비상계엄은 군사 독재가 아니라 자유 주권을 지키고 헌정을 살리기 위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또 헌법재판소에서 국헌 문란이나 폭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하면 사안이 정리될 것으로 순진하게 생각했다며, 자신이 친위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고 반문했다.
진술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은 감정이 격해진 듯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얼굴이 붉게 상기되기도 했다. 특검 측 주장을 인용하며 헛웃음을 짓거나, 방청석을 향해 몸을 돌린 채 비교적 당당한 태도로 발언을 이어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160회 재판 끝 변론 종결… 내달 19일 선고
재판부는 새벽 2시 25분께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공식 지정했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숨 가쁘게 진행된 160회 재판 동안 검사들은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했고, 변호인들 역시 중계와 여론, 사회적 압박 속에서도 피고인들을 위해 성실히 변론했다"며 양측에 감사를 표했다.
이어 "재판부 역시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위해 노력했지만 미비한 점이 있었을 것"이라며 "마지막으로 양측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성 여부와 내란 혐의 성립 여부를 둘러싼 중대한 사법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향후 항소심과 상고심은 물론, 한국 현대 정치사와 헌정 질서 논의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