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대 학생들, 이사회 회의장 기습 시위… “채플 선택화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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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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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대 학생들이 시위하고 있다.

안양대학교에서 채플 수업을 필수에서 선택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학생들이 이사회 회의장을 직접 찾아가 항의 시위를 벌였다. 학교의 기독교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급격히 확산되며 학생 반발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 모습이다.

지난 18일, 방학 중임에도 약 20명의 학생들이 이사회가 진행되는 장소를 찾아가 “학교를 살려 달라”는 구호를 외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에는 신학 관련 전공뿐 아니라 사회융합부 등 비신학계열 학생들도 함께 참여했다. 학생들은 이사들의 출입 동선을 따라가며 “우리 이야기를 들어 달라”, “정체성을 버리지 말라”고 연이어 호소했다. 일부 이사는 호소문을 받아들고 격려를 전했지만, 아무런 반응 없이 회의장으로 향하는 이사들도 있었다.

시위는 돌발적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이사회 일정에 맞춰 예고 없이 현장을 찾았다. 학교의 채플 선택화 시도가 반복된 데다 최근 교양필수였던 기독교 관련 과목이 선택 과목으로 전환된 문제까지 더해지며, 상황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판단에서다. 현장에 참석한 학생들은 “학교의 생명력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하며, 채플 선택화를 ‘정체성 붕괴의 신호탄’으로 규정했다.

시위의 배경에는 대학 내부에서 빠르게 형성된 압도적 반대 여론이 자리하고 있다. 신과대학 학생회가 방학 중 5일간 진행한 ‘채플 교양선택 변경 반대 서명’에는 총 2,359명이 참여했다. 전교생의 54.78%에 달하는 수치다. 학생회 측은 “신학부 학생뿐 아니라 전과 학생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이 결정적 의미를 가진다”며 “문제는 한 학부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 전체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시위하고 있다.©뉴스에이

학생들은 이번 사태의 기저에 기독교 정체성을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의심한다. 교양필수였던 ‘기독교 개론’의 선택화, 기독교교육학과 교수 배정 논란, 기독교 교리 비하 발언 의혹 등이 연이어 불거지면서 사건의 성격이 학사 운영 수준을 넘어 정체성의 문제로 전환됐다는 판단이다.

신과대학생회 심재민 회장은 “지난해 같은 안건에 대해 2,400명이 반대 서명을 했고 학교가 철회했지만, 1년 만에 다시 추진되고 있다”며 “학생 의견을 무시한 반복된 시도는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앞으로도 행동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학생들은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추후 추가적인 연대 활동과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안양대학교와 유사한 정체성을 공유하는 예장 대신총회 측도 학생 지지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단은 내년 신년하례회에 학생들을 초청해 사안을 공론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학교 측은 이사회 회의 이후 별다른 입장 발표 없이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채플 선택화 논의가 어떤 결론에 이를지, 그리고 학생들의 움직임이 향후 학교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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