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영국에서 낙태시설 인근에서 침묵 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체포됐던 프로라이프(Pro-life) 활동가가 다시 형사 기소됐다고 1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영국 당국은 기존 체포가 부당했다는 판결과 보상 결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법 조항을 근거로 다시 한 번 법적 절차에 착수했다.
영국 웨스트미들랜즈 경찰과 검찰청(CPS)은 프로라이프 운동가 이사벨 본-스프루스(Isabel Vaughan-Spruce)를 형사 기소했다고 밝혔다. 본-스프루스는 낙태시설 인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가 금지된 구역에 서 있었다는 이유로 기소됐으며, 오는 1월 29일 법정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번 기소는 2024년 10월부터 시행된 ‘공공질서법 2023’ 제9조에 따른 전국 단위 ‘버퍼존(buffer zone)’ 규정이 적용된 첫 사례로 알려졌다. 해당 법은 낙태시설 반경 150미터 이내에서 낙태 서비스 이용, 제공, 알선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법 조문에는 침묵 기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포함돼 있지 않다.
검찰 지침에 따르면, 침묵 기도 자체는 명백한 외적 행위가 동반되지 않는 한 범죄 성립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본-스프루스가 해당 구역에 머물렀다는 점을 문제 삼아 형사 절차를 진행했다.
본-스프루스는 과거에도 같은 장소에서 침묵 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두 차례 체포된 바 있다. 그는 이와 관련해 경찰의 부당한 체포와 인권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고, 영국 경찰은 2024년 8월, ‘부당한 처우와 인권 침해’를 인정하며 1만3천 파운드의 배상금을 지급했다.
법률 지원 단체인 ADF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본-스프루스는 정부가 관련 사안에 대해 서면 답변을 내놓은 시점에는 기소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으며, 몇 시간 뒤 웨스트미들랜즈 경찰로부터 서한을 통해 형사 기소 사실을 전달받았다. 그는 올해 1월부터 해당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본-스프루스는 성명을 통해 자신이 여러 차례 무혐의와 배상을 통해 정당성이 확인됐음에도 다시 기소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그는 침묵 기도나 친생명 신념을 갖는 것이 범죄가 될 수 없으며, 사상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보장돼야 할 권리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영국 검찰청은 공공질서법 제9조가 시행된 이후 한 건의 기소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한 답변은 전 내무장관 수엘라 브래버먼 의원의 질의에 대해 엘리 리브스 법무차관이 12월 16일 의회를 통해 서면으로 전달했다.
ADF 인터내셔널은 이전 침묵 기도 관련 사건들이 지방자치단체의 공공공간보호명령(PSPO)에 근거해 처리됐던 것과 달리, 이번 사건은 새롭게 도입된 전국 단위 법률이 처음 적용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웨스트미들랜즈 경찰은 본-스프루스가 올해 1월 27일 버밍엄의 한 낙태시설 인근 공공도로에서 침묵 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수사 대상이 됐다고 통보했다. 그는 해당 장소에서 20년 가까이 정기적으로 기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ADF 인터내셔널 측은 해당 법이 개인의 단순한 존재나 신념 자체를 금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법 해석이 현장에서 확대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본-스프루스는 영국의 친생명 단체 ‘UK 마치 포 라이프(March for Life UK)’ 공동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버밍엄 킹스노턴 지역의 영국임신자문서비스(BPAS) 로버트 클리닉 인근에서 벌어진 이전 사건에서도 모두 무죄 판결 또는 기소 취하 결정을 받아낸 바 있다.
wlsks 2022년 11월에는 경찰관 3명이 침묵 기도 중이던 본-스프루스를 체포했으나, 2023년 2월 버밍엄 치안법원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2023년 3월에도 같은 장소에서 다시 체포됐으나, 해당 사건 역시 최종적으로 기소가 취하됐다.
당시 체포 과정에서 한 경찰관은 본-스프루스에게 “당신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기 때문에 그것이 범죄”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 발언과 체포 행위는 인권 침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