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법원, 신성모독 혐의 기독교인 무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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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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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목: 성경 구절 게시로 기소됐던 기독교인, 보안 우려로 무죄 판결 사실 뒤늦게 공개
(왼쪽부터)하룬 샤자드와 기독교인 변호사 아니카 마리아. ©Christian Daily International-Morning Star News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 법원이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됐던 기독교인 남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1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보안상 우려로 판결 사실을 즉시 공개하지 못했다는 것이 변호인 측의 설명이다.

기독교계에 따르면, 파키스탄 사르고다 지역 치안판사 사이드 파이잔에라술은 지난해 9월 27일,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된 기독교인 하룬 샤자드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사건은 무슬림 주민 무함마드 임란 라다르가 지난 2023년 6월 30일 샤자드를 상대로 제기한 고발로 시작됐다.

샤자드는 성경 구절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는 이유로 신성모독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고발인이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면서 사건의 핵심 증거가 무너졌고, 법원은 이를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샤자드는 지난해 11월 6일 보석으로 석방된 이후 신변 안전을 이유로 은신 생활을 이어왔으며, 이로 인해 무죄 판결 사실 역시 최근에야 외부에 알려졌다.

사건을 맡은 기독교인 변호사 아니카 마리아는 공소 제기 이후의 재판 경과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고발인이자 핵심 증인인 라다르가 샤자드의 혐의를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검사가 나머지 증거만으로도 유죄를 입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핵심 증인에 대한 반대신문 과정에서도 검찰 측 주장이 뒷받침되지 않았으며, 사건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은 성경이 무슬림 사회에서도 존중받는 경전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꾸란 또한 복음을 믿는 이들에 대해 성급히 판단하지 말 것을 가르치고 있다고 적시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파키스탄 형법상 신성모독 조항인 295-A조와 종교 감정 훼손 혐의가 적용되는 298조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형법 295-A조는 종교적 감정을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모욕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최대 10년의 징역형과 벌금형이 가능하다. 298조는 종교적 감정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최대 1년의 징역 또는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마리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파키스탄 사법 제도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단순한 고발만으로도 개인의 자유와 존엄, 미래 전체가 위협받을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무고한 이들이 보호받아야 할 제도가 오히려 삶을 파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명확한 고발 철회가 없는 사건의 경우, 여전히 많은 이들이 같은 고통을 겪고 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사법 절차가 무고한 사람을 보호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고 밝혔다.

샤자드는 도장공 사업을 하는 기독교인으로, 지난 2023년 6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고린도전서 10장 18~21절 말씀을 게시했다. 해당 시기는 이슬람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이드 알아드하를 앞둔 시점으로, 일부 무슬림 주민은 이 게시물을 문제 삼아 종교적 모욕으로 해석했다.

한 무슬림 주민은 해당 게시물을 캡처해 지역 소셜미디어 단체 채팅방에 공유했고, 샤자드가 무슬림을 우상숭배자에 비유하며 아브라함 전통의 제사를 모욕했다고 주장했다. 게시물에는 별도의 설명이나 자극적인 발언은 포함돼 있지 않았으나, 금요 예배 이후 모스크 확성기를 통해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방송이 나오면서 마을 분위기는 급격히 긴장 상태로 바뀌었다.

폭력 사태를 우려한 마을 내 다수의 기독교 가정은 집을 떠나 피신했으며, 생활 기반을 남겨둔 채 긴급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샤자드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고발이 개인적 원한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고발인 라다르가 현재는 금지된 이슬람 극단주의 정당 테흐리크에라바이크 파키스탄 소속 인물이며, 테러 조직 라슈카르에장비와도 연관돼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샤자드에 따르면, 그는 가족과 함께 정부로부터 받은 토지를 교회 건축 부지로 할당했고, 이에 반발한 라다르 측이 해당 토지 배정을 무효화하기 위해 수년간 소송을 제기했으나 모두 패소했다. 이후 갈등이 누적되면서 이번 신성모독 고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샤자드는 “성경 구절 게시와 관련해 무슬림의 종교적 감정을 해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말씀을 이드 알아드하보다 일주일 전에 게시했으며,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악화된 뒤에는 게시물을 삭제하고 마을 원로들을 찾아가 오해를 해명하려 했으나, 이미 긴장이 고조된 이후였다고 전했다.

한편 파키스탄은 전체 인구의 96% 이상이 무슬림 국가로,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 단체 오픈도어즈가 발표한 ‘2025 세계 기독교 박해국 목록’에서 기독교인이 신앙생활을 하기 가장 어려운 국가 중 8위에 오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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