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미국에서 선교 목적의 구호 비행을 수행하던 소형 항공기가 플로리다 주거 지역에 추락해 조종사이자 복음 사역자였던 남성과 그의 딸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미 항공당국이 사고 직전 상황을 담은 공식 예비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1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최근 발표한 예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기는 허리케인으로 큰 피해를 입은 자메이카에 인도적 지원 물자를 전달하기 위해 출발한 비상업용 선교 비행이었다. 사고는 지난해 11월 10일 오전, 플로리다 포트로더데일 이그제큐티브 공항을 이륙한 지 수 분 만에 발생했다.
사고로 숨진 인물은 ‘이그나이트 더 파이어 미니스트리(케이맨)’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알렉산더 웜(53)과 그의 딸 세레나 웜(22)이었다. 두 사람은 비치 킹 에어 B100 기종을 이용해 자메이카로 향하던 중, 플로리다 코럴스프링스의 한 주택가 인근 연못에 추락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비행은 당일 왕복 일정으로 계획됐으며, 현지 교회 관계자들이 사고 당일 오전 9시 13분께 공항 계류장에서 항공기에 구호 물자를 실었다. 적재된 물품에는 발전기 1대와 방수포 상자 여러 개, 전동 공구, 나사, 손전등 등이 포함됐다.
알렉산더 웜은 조종석 뒤편에 약 200파운드의 장비를 직접 적재했으며, 나머지 물품은 후방 출입문을 통해 기내로 전달돼 내부 좌석과 발밑 공간에 배치됐다. 보고서는 화물이 개별적으로 계량되지는 않았지만, 조종사가 각 상자에 기재된 무게를 확인하며 적재 한계를 점검했다고 밝혔다. 연료가 들어 있지 않은 발전기는 기체 후방 수하물칸에 고정 장치로 묶여 있었다.
남은 화물은 다음 구호 비행을 위해 따로 분류됐으며, 이후 항공기는 제트 연료 282갤런을 가득 채운 뒤 이륙했다. 사고기는 오전 10시 14분 활주로를 떠났고, 이륙 직후 약 3분 30초 동안 평균 분당 약 1,000피트의 상승률로 북서 방향으로 선회했다.
비행 초반 항공기는 최대 분당 2,800피트까지 급상승한 뒤, 고도 4,000피트에서 수평 비행으로 안정됐다. 관제탑은 이후 120도 방향으로 우회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웜은 이를 정상적으로 응답했다. 항공기는 시속 약 150노트의 속도로 우회했고, 25초 뒤에는 90도 방향으로 다시 조정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러나 항공기는 이 시점부터 급격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관제사는 추가 지시를 내렸지만, 조종사로부터 응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보고서는 관제사가 “상승 중인가”라고 반복 호출하는 과정에서, 무전 교신에 거친 숨소리와 신음에 가까운 소리가 들린 뒤 교신이 완전히 끊어졌다고 기록했다.
ADS-B 위성 추적 기록에 따르면 항공기는 지상 충돌 지점으로부터 약 200피트 떨어진 상공, 고도 약 350피트에서 마지막으로 포착됐다. 지상에 설치된 보안 카메라 영상에는 항공기가 구름을 뚫고 급강하하며 연못으로 돌진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보고서는 항공기가 오른쪽 날개가 낮은 상태에서 기수 하강 각도 약 45도로 연못 서쪽 가장자리를 강타했다고 밝혔다. 충돌 직전 연기나 연료 증발 흔적은 관측되지 않았다.
사고 충격으로 항공기는 심하게 파손됐으며, 비교적 온전하게 회수된 부품은 수직·수평 꼬리날개 일부에 불과했다. 날개와 동체, 엔진, 프로펠러 부품 대부분은 파편 상태로 수거돼 추가 조사를 위해 보관 중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웜은 해당 항공기를 2024년 2월에 구입했으며, 같은 해 6월에는 내부 인테리어와 항공 전자 장비 전면 개조를 마친 상태였다.
사고 이후 이그나이트 더 파이어 미니스트리는 공식 추모 성명을 통해 두 사람의 삶과 사역을 기렸다. 단체는 웜에 대해 카리브해 전역과 해외를 오가며 복음을 전하고 지역 교회를 세우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희망을 전한 인물이었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한 세레나 웜 역시 아버지의 사역에 동참하며 봉사와 섬김의 길을 걷고 있었으며, 이번 자메이카 구호 비행은 부녀가 살아온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마지막 사명이었다고 전했다.
알렉산더 웜은 아내 캔디스와 자녀 제임스(17), 크리스티아나(20)를 남겼으며, 그의 사역을 통해 영향을 받은 수많은 청년과 지도자들이 애도의 뜻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