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이란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여성과 목회자 등 기독교인들이 신앙 활동을 이유로 장기간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국제 인권단체들을 통해 확인됐다고 1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최근 에빈 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던 중 낙상 사고로 척추 골절을 입은 여성 개종자는 중태에 가까운 건강 상태에도 불구하고 중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단체 아티클18에 따르면, 아이디아 나자플루는 지난 10월 21일 열린 이란 혁명재판소 제15부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총 17년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판결은 당시 당사자들에게 즉시 통보되지 않았으며, 11월 말에서 12월 초 사이에야 구두로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나자플루는 같은 날 재판을 받은 다른 기독교인 4명과 함께 총 50년이 넘는 형량을 선고받은 사례에 포함됐다.
나자플루에게 선고된 형량은 개정된 이란 형법 제500조에 따른 10년형을 비롯해, 이른바 ‘집회 및 공모’ 혐의로 추가 5년, 소셜미디어 활동과 관련한 ‘선전’ 혐의로 2년이 더해진 것이다. 해당 조항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명목 아래 일반적인 종교 활동에도 적용돼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판결은 이란 사법부 내에서 강경 판결로 알려진 아볼가셈 살라바티 판사가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자플루는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으며, 교도소 내에서 2층 침대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 뒤 척추 수술을 받았다. 이후 수술 부위 감염으로 병원 치료를 다시 받아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법률대리인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척수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란 전국저항위원회 산하 여성위원회 역시 나자플루의 건강 상태가 매우 위중하다고 전하며, 척수 손상으로 인한 전신 마비 위험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란의 누적형 집행 규정에 따라 나자플루가 실제로 복역해야 할 형량은 가장 긴 10년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판결에는 이란-아르메니아계 목회자인 요셉 샤바지안과 기독교 개종자 나세르 나바르드 골타페도 포함됐다. 두 사람은 가정교회 활동과 관련된 혐의로 과거 수감 생활을 한 뒤 사면을 받았으나, 지난 2월 다시 체포돼 재수감됐다. 이들은 이전 수감 기간을 합쳐 총 6년 이상을 복역한 바 있다.
또 다른 피고인으로는 샤바지안 목사의 아내 리다와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여성 한 명이 포함됐다. 리다는 8년형을 선고받았으며, 나머지 기독교인들은 대부분 형법 제500조에 따른 10년형을 받았다. 이들 가운데 최소 두 명은 ‘집회 및 공모’ 혐의로 추가 형량을 선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피고인들은 항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이후 이들의 개인 소지품, 성경과 기독교 서적 등은 정보부의 ‘조사 목적’이라는 이유로 압수됐다.
아티클18의 만수르 보르지 국장은 이번 재판이 장기 구금과 과도한 보석금 요구 등 절차적 문제를 다수 안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샤바지안과 나자플루, 골타페는 약 7개월간 구금된 뒤에야 법정에 섰으며, 샤바지안의 경우 공식적인 보석금조차 책정되지 않은 채 가족들에게 혼선이 전달됐다고 밝혔다. 나자플루와 골타페에게 요구된 보석금은 각각 약 13만 달러와 25만 달러에 달해 현실적으로 납부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골타페는 재구금에 항의하며 단식 투쟁을 벌이다 뇌졸중을 겪은 바 있으며, 샤바지안 역시 이전 수감 기간 동안 건강 악화를 경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르지 국장은 이들에 대한 기소가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2010년 연설에서 가정교회를 이슬람 공화국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한 발언을 근거로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발언이 이후 기독교인들에 대한 사법적 폭력과 박해의 배경이 됐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개신교와 이른바 ‘시온주의 기독교’를 동일시하며, 해외 이란 기독교 단체들이 외국 정보기관과 연계돼 있다는 주장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고 인권단체들은 전했다.
검찰은 샤바지안에 대해 복음 전파 활동을 범죄로 규정하며, 복음을 모든 민족에게 전하라는 그리스도의 명령을 따르려는 신앙적 동기를 문제 삼았다. 골타페에 대해서도 페르시아어 성경을 보관하고 배포한 사실을 들어 불법 행위로 지적했으나, 그는 신앙의 일환으로 성경을 배우고 나누려 했을 뿐이라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르지 국장은 이러한 사례들이 이란 기독교인들이 폭력적 행위가 아닌 일상적인 신앙 활동만으로 처벌받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 정부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종교 선택의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 현실이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오픈도어즈가 발표한 ‘2025 세계 기독교 박해 순위’에서 이란은 기독교인이 살기 가장 어려운 국가 50곳 가운데 9위에 올랐다. 보고서는 강한 탄압 속에서도 이란 교회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