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종교적 행위이기 이전에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자리에서 길을 묻는 질문이라는 점을 다시 환기시키는 신간이 출간됐다. <나를 살리는 기도>는 “우리는 기도하고 하나님은 응답하신다”는 명제를 중심에 두고, 기도가 한 개인의 삶을 어떻게 붙들고 이끌어 왔는지를 성경 속 인물들의 서사를 통해 조명한다.
이 책은 눈에 보이는 현실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생의 위기와 불안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저자는 인간이 인식하지 못하는 수많은 위험 속에 놓여 있으며, 이러한 삶의 조건 속에서 기도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과 함께 길을 찾는 통로라고 말한다. 하나님은 보이지 않지만, 기도를 통해 인간의 삶에 전인적으로 개입하며, 기도하는 이들을 보이는 것보다 더 확실한 길로 이끄신다는 것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저자는 구약과 신약 전반에 등장하는 다양한 기도의 인물들을 따라가며, 기도가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삶 전체를 하나님 앞으로 가져가는 행위임을 강조한다. 아브라함, 모세, 지혜서의 기도자, 베드로와 도마에 이르기까지, 성경 인물들의 인생 굴곡 속에는 언제나 기도가 자리하고 있었다는 점을 짚는다. 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상실과 좌절, 원망과 분투의 순간마다 하나님께 나아갔고, 그 기도는 간구뿐 아니라 울부짖음과 질문, 감사와 헌신까지 포괄하고 있었다.
특히 책은 “기도가 이루어졌는가”보다 “기도가 있었는가”에 주목한다. 저자는 성경 속 인물들의 기도를 따라가다 보면, 오늘날 독자들이 겪는 고통과 혼란 또한 기도의 자리로 초대하는 하나님의 부르심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고 설명한다. 삶의 아픈 사건들조차 기도의 언어로 번역될 때, 그것은 절망이 아니라 안내장이 된다는 해석이다.
본문에서는 인상적인 기도 장면들이 구체적으로 다뤄진다. 소돔과 고모라를 위해 중보했던 아브라함의 기도, 자신의 이름을 생명책에서 지워달라고까지 호소했던 모세의 자기희생적 기도, 과도한 부요와 극심한 가난 모두를 경계하며 ‘필요한 만큼’을 구했던 잠언의 기도, 실패와 배신을 지나 새로운 사명을 붙든 베드로의 변화, 그리고 이해되지 않는 현실 앞에서 질문을 멈추지 않았던 도마의 기도가 그것이다. 저자는 이 장면들을 통해 기도의 깊이는 인간의 성숙과 함께 자라난다는 점을 강조한다.
<나를 살리는 기도>는 기도를 잘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실용서라기보다, 기도를 배워야 할 자리로 성경을 다시 초대하는 책에 가깝다. 족장과 왕, 예언자와 제자들의 삶을 통해 기도와 분리되지 않은 신앙의 여정을 따라가며, 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성찰하도록 이끈다. 기도가 삶의 주변부가 아니라 중심이 될 때, 인생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현존 안에서 다시 길을 찾게 된다는 메시지가 책 전반을 관통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기도를 멈추지 말 것을 권한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누릴 때까지, 그리고 보이지 않는 위험 속에서도 하나님의 안내를 받을 때까지 기도하라는 초대다. <나를 살리는 기도>는 신앙의 언어가 막막해진 시대에, 다시 기도의 자리로 돌아가도록 부르는 안내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