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세계정상회의 채택 '보호책임' 원칙 20주년
아시아 지역의 R2P 보호책임 담론 형성
"북한인권 문제, 국제사회가 외면해선 안 될 과제"
강제노동·공개처형 등 구조적 인권침해 사례 공유
북한인권 단체들, R2P 기반 국제 네트워크 확대 추진
사단법인 북한인권(이사장 김태훈)은 25일과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R2P 20주년 기념 국제 컨퍼런스: 북한인권과 R2P'를 개최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보호책임' 원칙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고,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유엔에서 R2P(Responsibility to Protect, 보호책임) 원칙 채택 20주년을 맞아 북한 인권 문제를 공론화하고, 국내외 연구자·정책결정자·청년 활동가 간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여 실질적인 정책적 대응과 국제 협력체계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여기서 R2P, 즉 '보호책임' 원칙이란 지난 2005년 유엔 세계정상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국제 규범으로, ▲집단학살 ▲전쟁범죄 ▲반인도 범죄 ▲인종 청소 등 독재국가에서 이뤄지는 심각한 인권 침해에 대해 그 나라 주권을 넘어 국제사회가 인도주의적 개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이틀간 열린 이번 콘퍼런스는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연대'를 주제로 추진되며, 6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R2P 20주년 ▲북한인권과 R2P ▲아시아 지역 R2P 적용 사례 분석 ▲R2P의 확장(AI, 기후위기, 난민) ▲북한인권의 최근 동향 ▲북한 반인도범죄에 대한 R2P 적용 등이다.
콘퍼런스 첫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이재명 정부가 북한의 인권 상황에 문제를 제기하는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것에 대해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며, "북한인권 문제가 보편적인 가치와 관련된 굉장히 중요한 문제란 것을 인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그동안 한국은 진보 정권인지 보수 정권인지에 따라 북한인권 문제를 대하는 데 있어서 일관성이 없었다"면서, 북한인권재단이 여야의 공방 끝에 아직 출범하지 못한 점, 통일부가 인권인도실을 폐지한 점 등을 예로 들었다.
기조연설 이후에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R2P 적용 가능성과 도전과제를 다룬 세션이 이어졌다. 세계보호책임센터(GCR2P)의 사비타 폰데이, 슬로베니아 외교부 R2P 담당관 블랑카 얌니셰크, 태국 출라롱콘대 APR2P 연구원 노엘 모라다는 아시아 맥락에서의 보호책임과 이행 과제를 논의했다.
이어 북한 인권에 대한 R2P 적용, 미얀마 군부의 반인도범죄 상황, 캄보디아 집단학살 문제, 기후위기와 AI 등 새로운 국제 위협에 대응한 R2P 확장 가능성이 발표됐다. 발표에는 김태훈 북한인권 이사장, 사라 테이트 APR2P 소장, 극동대 보리스 콘독 교수, 이양희 전 유엔 미얀마 특별보고관, 로힝야 인권활동가 파티마 이샤크, 미얀마 NUG의 윈 포 모웅 등이 참여했다.
콘퍼런스 둘째 날에는 주한 슬로베니아 대사 예르네이 뮐러의 기조연설이 이어졌다. 뮐러 대사는 "북한 인권은 국제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며 "연대 속에서 실질적인 인도적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엔인권사무소(서울) 엘레오노르 페르난데스 인권관의 사회로 열린 세션에서는 ▲중국 내 북한 노동자의 강제노동 ▲공개처형 ▲강제실종 ▲여성·장애인 인권 등 구조적 인권침해 사례가 공유됐다. 이상용 데일리엔케이 디렉터는 "중국 수산물 가공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사실상 통제된 강제노동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마지막 세션에서는 북한 반인도범죄에 대한 R2P 적용이 논의됐으며, 박선기 유엔 국제형사재판소(IR MICT) 재판관이 좌장을 맡아 발표와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한편, 이번 콘퍼런스는 사단법인 북한인권, 사단법인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성통만사, PSCORE), 사단법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Global Centre for the Responsibility to Protect, Asia-Pacific Centre for the Responsibility to Protect 등이 공동 주관했다.
사단법인 북한인권은 지난 6월 '한국전쟁 75주년 국제 청년 워크샵: R2P와 한반도 평화의 미래', 북한 인권 화요집회 등을 개최하며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활동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