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완전히 품는’ 돌봄목회로 진짜 치유를

교회일반
교단/단체
백선영 기자
sybaek@cdaily.co.kr
애도와목회돌봄연구소, 제2회 애도목회포럼 개최

자살유가족 이해, 의학 모델만으로는 한계
"굿 이너프 마더처럼, 교회가 완전히 품어야"
사회적 통합·전문성... 교회의 치유자 역할 촉구
"유가족이 필요한 건 해답 아닌 들어주는 사람"

감신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애도목회포럼 ©백선영 기자

자살유가족을 어떻게 이해하고, 교회가 어떤 방식으로 돌봄목회를 수행해야 하는지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애도와목회돌봄연구소(이사장 박장규 목사)는 20일 감신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제2회 애도목회포럼을 개최했다.

이사장 박장규 목사는 "자살이라는 주제는 신앙의 언어로 다루기 가장 어려운 영역이지만, 동시에 교회가 가장 가까이 다가가야 할 고통의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의 주제강연은 아주대 정신과 교수 및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을 지낸 이영문 교수(아주편한병원 교육원장)가 맡았다. 이 교수는 '자살과 우울의 사회적 얼굴'이라는 제목 아래, 의학·역사·정신분석 관점을 통해 '정상성'과 '건강'의 개념을 재해석하고 자살을 둘러싼 사회적·문화적 요인을 짚었다.

자살과 우울, 의학 모델의 한계

주제강연을 맡은 이영문 교수가 ‘자살과 우울의 사회적 얼굴’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백선영 기자

이영문 교수는 한국의 자살에 대해 보건의료적 측면에서만 다뤄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의학적, 질병적 모형으로는 자살의 이유와 의미를 온전히 다루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자살은 질병이 아니며, 자살에 있어서 우울은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우울증이냐 아니냐' 판가름하고, '가족 중에 자살자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존재론적, 유물론적 접근은 한계가 있다. '정상성'이나 '건강'의 정의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이 사회가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완벽함을 추구한다는 강박이 투영된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유가족과 아픈 이들에 대한 종교계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그것은 바로 존엄성. 그는 "중증정신질환 당사자는 사회적 편견에 가로막혀 '존엄성'을 부여받기 어렵다"고 꼬집으며, "'대충' 품어주지 말고, '완전히' 품어줄 수 있어야 한다"면서, "'굿 마더'(good mother) 아닌 '굿 이너프 마더'(good enough mother)가 돼야 한다. 당사자는 무조건 품어주는 한 사람에 의해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강해진다"고 했다.

교회가 치유자 역할을 감당하려면

패널들이 자살유가족 돌봄과 교회의 치유적 역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왼쪽부터 김석형 목사, 김신권 박사, 이영문 교수, 장진원 목사, 윤득형 박사) ©백선영 기자

토론에는 김신권 박사(아주대 의과대학), 윤득형 박사(애도와목회돌봄연구소 소장), 장진원 목사(라이프호프 상임이사, 도림교회)가 패널로 참여했다.

김신권 박사는 사회학자 에밀 뒤르켕의 자살론을 인용하며, "강한 신앙과 사회적 통합이 낮은 자살률과 연결된다"며 "종교가 본질적 기능인 '사회적 연대'를 회복해야 구성원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윤득형 박사는 자살유가족 상담의 공통점을 소개했다. 그는 "자살은 갑작스러운 사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상적 충격이 장기간 쌓여 만들어진 '우울감의 누적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며 "유가족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상담사에게조차 상처받아 마음을 닫는 현실 속에서 종교가 진짜 치유적 역할을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을 던졌다.

이에 김신권 박사는 한국사회의 높은 억압성과 '낙오자 프레임'을 지적하면서 "교회가 치유자로 서려면 목회자·상담자의 전문성 강화가 필수"라고 답했다. "장례를 인도하는 이는 목회자인데, 정작 죽음학을 공부하지 않는 현실"도 짚었다.

'하나님의 사람이 희망입니다'

한편 개회예배는 이현식 목사(석교교회)의 사회로, 송기수 목사(강일교회)가 기도하고, 애도와목회돌봄연구소 이사장 박장규 목사(동탄교회, 경기연회 감독)가 '하나님의 사람이 희망입니다'(렘1:4-10)란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애도와목회돌봄연구소는 한국교회에 바른 애도문화와 죽음문화 보급을 목적으로 한다. 죽음·사별·애도·장례문화를 연구하고, 신앙공동체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교육과 상담, 세미나와 출판물 제작 등을 통해 교회에 실제적으로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면서 치유와 돌봄의 교회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힘쓰고 있다.

제2회 애도목회포럼 참석자들이 단체촬영을 하고 있다. ©백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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