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함께’ 추는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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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애 원장(예은심리상담교육원, 목회심리상담전문가)
이경애 원장.

영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신(마음)과 몸의 균형 있는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기독교 상담은 초창기부터 인간이 단지 영의 존재로서만이 아닌 개인 내적으로 그리고 개인 외적으로도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전인적인 건강(Whole Health)을 지향하고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기독교 상담의 창시자라고도 할 수 있는 하워드 클라인벨(Howard Clinebell)은 인간의 전인성을 위한 7가지의 다차원적인 접근을 통해 한 개인이 몸과 마음, 놀이, 관계, 직업, 세계와 영성의 차원에서 균형을 이룰 때 전인적으로 건강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즉, 온전한 건강을 위해서는 단지 종교 행위에 집중하는 것 뿐 아닌, 자신의 몸을 돌보고, 마음을 관리하며, 건강하게 놀 수 있고, 경계가 명확한 관계를 유지하며, 자신의 일에서 소명 의식을 갖고, 세계와 연결된 존재로서의 자아 인식을 하는 삶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기독교인으로서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단지 종교적 행위를 열심히 하는 것만이 아닌 그것만큼 자신과 타인과 세계에 대한 정성 어린 관심과 노력이 요구됨을 알 수 있다.

특히 목회 상담에서는 이 정신과 감정 영역에서의 건강이 영적인 건강과 깊이 관련되어 있음을 인식한다.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 종교적, 신앙적 행위에만 집중할 때 그 결과는 긍정적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하나님을 위해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지만 그 행위가 자기 인식과 괴리가 있을 때, 자신의 종교 행위가 무엇을 위한 것인가? 하나님을 향한 헌신인가 아니면 그 행위를 하지 않을 때 야기될 처벌에 대한 불안으로 야기된 것인가? 등에 대한 진실한 자기 인식이 없을 때, 그 행위는 자신의 존재와는 무관한 공허한 종교 행위가 되고, 심지어 강박적이고 율법적인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신앙적 열정이 중독 행위가 될 경우 하나님을 위한다는 열심이 선하고 충만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중독이 그렇듯 중독 행위 후 더 큰 갈망이 찾아와 다시 더 강도 높은 행위에만 집중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음서에서 예수님이 자주 책망하신 바리새인들의 종교적 열심도 그 행위 자체의 악함이라기보다, 자기 인식과 통찰과 거리가 먼 행위에만 집중한 채, 계속 장로의 유전을 만들어내고 그 행위를 하는 자신의 외적 모습에 의로움을 느끼고 또한 그것을 행하지 못했을 때 내적으로 수치심을 느끼는, 그래서 그 수치심을 이기기 위해 더욱 외적 행위에 몰두하게 된 악순환을 지적하신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나님을 ‘위한’ 행위가 결국 하나님과 자기 내면과의 소외를 야기하여, 열심히 헌신한다고 자부하지만 그 내면은 하나님과 함께 하지 못하는 외로움과 공허함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을 위한 열심이 건강한 열심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피터 스카제로(Peter Scazzero)는 그의 책 에서 하나님을 위해서(Doing for God)가 아닌 하나님과 함께 하는(Doing with God) 행위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나님을 위한다는 행위에 하나님과 존재론적으로 공존하는 기쁨이 없을 때 그 모든 행위들은 인정의 욕구와 성공에 대한 욕망과 그것을 수행하지 못했을 때의 패배감으로 개인을 비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하는데 하나님과 함께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얼마나 공허하고 외로운 몸짓이 될 것인가?

그래서 일찍이 많은 기독교 영성가들은 신앙생활을 하나님과 ‘함께’ 추는 춤에 비유하였다. 두 사람이 춤을 추는 장면을 생각해 보자.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열심히 속도를 낸다고 해서 아름다운 춤이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상대방과 호흡하며 눈을 맞추고 같은 속도로 움직일 때 혼자서는 절대 만들어 낼 수 없는 아름다운 춤을 출 수 있는 것 아닌가? 나의 신앙적 열심과 헌신이 진정한 열매를 맺기 위해 내 마음을 한번 들여다보자. 나는 지금 하나님과 함께 속도를 맞추며 춤을 추고 있는가? 아니면 하나님과 상관없이 내 속도로 나만의 춤을 추고 있는 것은 아닌가?

완연한 가을이다. 좀 더 호흡을 가다듬고 차가워지는 공기, 짙어지는 단풍, 대지의 변화들을 보다 더 생생히 느껴보자. 곳곳에 숨어있는 하나님의 현존(presence)을 생생히 느끼며 조금은 속도를 줄여주시며 더 나와 같이 대화하기 원하시는 하나님께 더 가까이 가보자. 가을은 그냥 무의미하게 차분해 지는 계절이 아니다. 이 느리게 지나가는 계절 속에서 하나님은 나와 더 우아한 왈츠를 추기를 바라시고 계신 것이다.

#이경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