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4단계 BK21 어깨동무사업(팀장 임성욱 교수)은 최근 미국 미드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Midwe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아시아학 학장인 박성진 교수(구약학)를 초청해 특별 강연을 개최했다.
이번 강연에서 박성진 교수는 ‘사무엘하 11:1–5의 이야기 구조에 나타난 아이러니의 반복 사용(Repetitive Irony in Narrative Patterning: 2 Samuel 11:1–5)’을 주제로, 다윗과 밧세바 본문에 내재된 반복적 아이러니의 신학적·문학적 의미를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박 교수는 성경 본문을 단일한 도덕적 교훈으로만 해석하기보다, 열린 해석의 장으로 경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통해 미래 종교교육이 지향해야 할 ‘다원적 해석 능력’과 ‘비판적 성찰의 방법론’을 제시했다.
그는 다윗과 밧세바 이야기 속 반복된 아이러니 구조가 본문 전체를 조직하는 핵심 원리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존 주석들이 아이러니를 단순한 문체적 장치로 간주해 온 점을 지적하며, “아이러니는 본문 속 신학적 구조를 형성하는 중심축”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아이러니를 구조적(structural), 상황적(situational), 극적(dramatic) 세 가지로 구분했다. 사무엘하 11장 1절부터 5절까지의 두 내러티브 사이클(1–3절과 4–5절)에 이 세 유형이 반복적으로 배열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윗이 전쟁터에 나가지 않고 예루살렘에 머무는 장면(1절)을 ‘구조적 아이러니’, 옥상에서 밧세바를 바라보는 장면(2절)을 ‘상황적 아이러니’, 밧세바의 신원을 알려주는 종의 대답(3절)을 ‘극적 아이러니’로 해석했다. 이어 “4–5절에서도 동일한 아이러니의 순환이 반복되며, 밧세바의 임신 소식은 서사의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본문은 단순히 다윗의 도덕적 실패를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러니라는 장치를 통해 하나님의 심판과 왕권의 균열, 죄의 본질을 드러내는 신학적 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러니는 단순한 수사적 장식이 아니라 본문 전체를 관통하는 신학적 구조이며, 독자는 이를 통해 인간 권력의 한계와 하나님의 정의를 함께 성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연 후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는 신학생들과 교수들이 다양한 질문과 의견을 제시했다. 아이러니 개념이 현대 문학비평의 산물인지, 혹은 고대 전승과 수사학적 전통에서도 정당하게 발견될 수 있는지에 대한 토론이 활발히 이어졌다. 또한 밧세바를 부정적으로 묘사해 온 전통적 해석의 역사, 여성의 주체성 문제, 고대 근동의 왕권 개념과의 비교 등 다양한 주제가 논의되며 본문의 신학적 확장 가능성이 제시됐다.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측은 “이번 강연은 구약 본문 연구에서 내러티브 기법의 중요성을 새롭게 조명하고, 아이러니 중심의 해석이 지닌 신학적 의의를 드러낸 의미 있는 자리였다”며 “이를 통해 학생들이 다양한 텍스트를 다층적으로 해석하고, 갈등 구조와 아이러니 속에 담긴 의미를 읽어낼 수 있는 통찰력을 기르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강연을 기획한 임성욱 교수는 “성서를 종교의 텍스트로만이 아니라 정치와 사회의 장에서도 고찰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었다”며 “현대 사회의 혼란 속에서 성서가 인간의 현실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새롭게 성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박성진 교수는 히브리어 성서 시와 내러티브, 셈어 계통 언어의 통시적 발달, 신명기 법과 그 실제적 적용 등을 연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성서 히브리어 운율의 유형론: 생성운율학적 접근(Typology in Biblical Hebrew Meter: A Generative Metrical Approach)』(2017)과 『히브리어 악센트의 기초: 통사론을 넘어선 구분과 주해적 역할(The Fundamentals of Hebrew Accents: Divisions and Exegetical Roles beyond Syntax)』(2020)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