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붉은 공급망’의 덫에 갇히다… 파이낸셜타임스 기자의 심층 해부 ‘애플 인 차이나’

세계 최강 기업 애플, 중국 의존의 그림자와 기술 패권의 교차로
도서 '애플 인 차이나'

세계 최대의 혁신 기업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애플은 첨단 기술과 세련된 디자인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 찬란한 성공 뒤에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붉은 공급망이 존재한다. 애플의 주요 제품 대부분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애플은 ‘글로벌 혁신의 상징’이자 동시에 ‘중국 의존의 포로’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플은 1996년 파산 위기를 맞았을 때, 저비용·고효율의 생산 인프라를 보유한 중국을 최적의 제조 파트너로 선택했다. 이 결정은 회사의 재도약을 이끌었고, 스티브 잡스의 복귀 이후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으로 이어지는 세계적 성공의 발판이 됐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애플의 제품 중 약 90%가 여전히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중국 시장에 대한 매출 의존도 또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구조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애플의 기술력과 자본, 운영 노하우를 흡수한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자체 산업 경쟁력을 급속도로 강화했다. 그 결과 화웨이, BYD, BOE 등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등장했고, 이제는 애플의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중국을 성장시킨 동시에, 그 경쟁자를 직접 만들어냈다”고 분석한다.

이 복잡한 관계를 파헤친 책 ‘애플 인 차이나(Apple in China)’가 최근 출간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기술 전문기자 패트릭 맥기가 집필한 이 책은 애플이 어떻게 중국을 ‘제조 강국’에서 ‘기술 패권 국가’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했는지를 추적한다. 저자는 스티브 잡스의 육성이 담긴 회의록, 극비 문건, 최고경영진 간 이메일, 수백 명의 내부자 인터뷰를 토대로 애플이 수십 년간 감춰왔던 중국 의존의 이면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맥기는 “애플이 중국을 떠나려는 순간, 중국은 그 발목을 잡는다”고 서술하며 양국의 상호의존적 구조를 지적한다. 그는 폭스콘의 궈타이밍 회장과 팀 쿡 CEO 간의 협력과 갈등을 예로 들어,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한 실체를 보여준다. 또한 공급망 다변화에 성공한 삼성의 사례를 함께 제시하며, 애플이 직면한 전략적 한계를 대비시킨다.

책의 마지막 장 ‘인도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에서는 애플이 인도로 눈을 돌리며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시도를 조명한다. 저자는 “애플은 도망칠 수도, 완전히 머물 수도 없다. 오직 걸음의 속도만이 생존을 결정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애플이 직면한 균형의 어려움을 강조한다.

‘애플 인 차이나’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한가운데에서 벌어지는 경제적 긴장과 정치적 계산을 생생히 담아낸다.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세계 시장과 각국 산업에 미칠 영향을 심도 있게 분석하며, 중국 의존형 산업 구조를 가진 글로벌 기업들에게 새로운 경고음을 울린다. 이 책은 애플의 이야기이자, 글로벌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위험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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