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교회(이하 100주년기념교회)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제1회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 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번 세미나는 “하나님의 섭리”, “자기 부인”, “순종”을 주제로 오는 18일 오전 10시부터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에 위치한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에서 진행된다.
100주년기념교회는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과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의 관리·운영을 위해 2005년 고(故) 한경직 목사(전 영락교회 담임)가 초대 이사장으로 섬긴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재단(현 이사장 김해철 목사)에 의해 설립됐다.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은 한국교회를 위해 순교한 신앙 선조들의 믿음과 정신을 기리고 한국기독교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89년 11월 개관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번 학술세미나는 100주년기념교회의 창립 20주년을 기념함과 동시에, 한국교회 순교신앙의 본질과 현대적 의미를 되새기고자 마련됐다.
먼저 이상규 교수(백석대학교 석좌교수)가 ‘교회사의 흐름 속에서의 증거, 순교, 선교’라는 제목으로 발제한다. 그는 순교(martyrdom)의 개념이 그리스어 마르튀스(μάρτυς, 증인)에서 유래해 2세기 중엽 이후 ‘피의 증언’이라는 의미로 발전한 과정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초기 교회가 순교를 ▲자의적으로 받아들인 죽음, ▲복음 증거와의 직접적 연관, ▲그리스도 진리를 반대하는 세력에 의한 죽음이라는 세 가지 조건으로 정의했음을 밝힌다. 또한 아우구스티누스의 “죽음이 순교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죽음의 이유가 순교자를 만든다”는 말을 인용하며, 순교를 복음 증거를 위한 죽음의 자발적 수용으로 규정한다.
그는 이어 박해가 종식된 4세기 이후 등장한 ‘백색 순교(white martyrdom)’ 개념을 언급한다. 이는 피 흘림이 없는 순교, 즉 청빈·순종·정절의 삶으로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영적 순교의 형태로, ‘그리스도를 위해 죽을 의지’뿐 아니라 ‘그리스도를 위해 살 의지’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교회가 아직 순교 개념을 명확히 정립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순교’, ‘순직’, ‘순국’, ‘수난’ 등 다양한 희생 유형에 대한 체계적 연구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오늘날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서 ‘피 흘림 없는 순교’의 의미를 신학적으로 새롭게 해석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어 최상도 교수(호남신학대학교 역사신학)가 ‘순교 영성: 자기 비움을 통한 사랑, 용서, 화해’를 주제로 발제한다. 그는 순교신학의 핵심 원리를 신약성경 빌립보서 2장 6~8절에 나타난 ‘케노시스(κένωσις, 자기비움)’ 개념에서 찾으며, 순교를 예수 그리스도의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신’ 삶을 본받는 행위로 해석한다.
최 교수는 초기 교회 순교자들이 폭력적 박해 앞에서도 비폭력적으로 죽음을 받아들인 것은 ‘케노시스적 사랑’의 실천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한 순교가 단순한 ‘죽음의 정치’를 넘어 ‘화해의 정치’를 실현하는 신앙 행위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진정한 순교는 복수를 선언하는 죽음이 아니라, 용서와 화해를 선포하는 죽음”이라고 강조하며, 순교자 추서가 시대의 이념이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왜곡될 위험성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 교수는 현대의 순교영성을 “일상 속에서 불의에 맞서며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자기희생적 사랑의 실천”으로 규정했다. 그는 이러한 순교영성이 사회적 갈등과 역사적 상처를 치유하고, 정의로운 연대와 비폭력의 공동체를 세우는 윤리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케노시스 없는 순교는 역사적 왜곡의 위험에 노출된다”며 “순교신학은 그리스도의 자기비움에 뿌리를 둘 때 비폭력 저항을 넘어 용서와 화해의 영성으로 빛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학술세미나는 순교신학의 역사적 흐름과 현대적 의미를 함께 조명하며, 한국교회가 순교 전통을 단순한 ‘영웅적 죽음’으로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의 케노시스를 본받아 분열된 사회 속에서 사랑과 화해를 실천하는 신앙적 모델로 삼을 것을 제안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