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현대 고립성 극복하는 공동체적 연대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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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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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나비 2025년 추석 명절 논평

김영한 박사 ©기독일보 DB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상임대표 김영한 박사, 이하 샬롬나비)이 2025년 추석 명절 논평을 2일 발표했다.

샬롬나비는 이 논평에서 “추석은 핵가족화되어 파편화된 현대 사회의 고립성을 극복하는 공동체적 연대와 화합을 추구하는 화해의 장(場)”이라며 “추석 명절을 맞이하여 가족끼리, 동네끼리, 해외동포까지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자”고 했다.

아래는 샬롬나비 2025년 추석 명절 논평 전문.

추석(秋夕)은 '가을 저녁'이라는 뜻으로, 한 해 농사를 잘 마무리하고 풍년을 감사하는 명절이며, 음력 8월 15일 보름달에 맞이하는 명절로 가을의 한 가운데 날로 ‘한가위’라고도 한다. 신라 시대의 길쌈 경쟁인 가배(嘉俳)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올해는 양력으로 10월 6일이 추석이다. 올해 한가위(추석) 보름달은 100년만에 가장 둥근 보름달이 뜨는 시각이 오후 11시 50분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추석은 우리 민족의 오랜 전통 속에서 가족과 공동체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우리 고유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1~2인 가족 구성원 시대로 접어들면서 추석의 본래적 의미도 퇴색되어가고 있다. 샬롬나비는 추석에 즈음하여 공동체의 결속과 그것이 주는 함의를 제시하고자 한다.

1. 추석은 ‘품앗이’와 같이 가족 구성원과 이웃 주민들의 공동체적 결속을 도모하는 화해와 화합의 상징이다.

추석 명절에는 온 가족이 모여 조상에게 제사지내며 성묘를 하고 가족끼리 화목과 교제를 도모하였다. 그러므로 고향을 떠난 사람들도 추석 명절이 되면 고향으로 돌아가서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명절이었다. 추석에는 온 가족이 모일 뿐만 아니라 온 동네의 이웃 친지들이 함께 모여 즐기는 명절이었다. 그래서 동네에서 모여 노래자랑도 하고 씨름대회도 하며 마을의 화합을 도모하여 자연스럽게 고을 공동체를 형성하였다. 이러한 추석 명절의 풍속이 지금은 너무나 다른 양상으로 변하여 가고 있다. 올해는 거의 7일이나 되는 추석 명절에 많은 사람들이 해외 여행에 나선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추석은 멀리 도심에서 떨어져 각자의 삶을 사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가족과 친족의 화합을 다지고 결속하게 해 준다. 무엇보다 핵가족 시대에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가족 구성원들 간의 화합이 점점 상실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추석 연휴에 가족과 함께 구성원의 단합을 결속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추석 명절은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 함께 가족 구성원의 공동체적 연대감을 결속하게 해 줄 것이다.

2. ‘타자의 얼굴’에 비치는 보살핌과 배려의 윤리를 실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20세기 유대계 프랑스 사상가 레비나스(1906-1995)는 ‘타자의 윤리’를 제시하였다. 타자의 윤리란 이웃과 주위의 사람들 즉 가까운 타자들의 얼굴을 보면서 그들의 아픔을 함께 공유하자는 윤리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타자와의 간격이 점점 멀어지고, 온라인에서의 소통방식이 일반화되면서 타자의 얼굴을 직접 대면하면서 그들의 아픔과 걱정, 염려와 슬픔 또는 그 기쁨을 얼굴을 보면서 배려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거친 후에 밀레니엄 세대들은 SNS를 통한 의사소통에 능숙하여 오히려 얼굴을 대면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말로 들린다. 그렇지만 얼굴을 대면하지 않는 의사소통은 실질적인 감정의 교류와 소통을 어렵게 만들 수 밖에 없다.

이에 추석 명절 기간에 우리는 가족 간에 얼굴을 마주보는 대면의 시간, 가족과 이웃간의 마주 봄을 통해 그들의 슬픔에 함께하고, 그들의 기쁨에 웃고 동참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3. 한국 사회의 지나친 갈등과 분열은 이번 추석 명절을 통해 봉합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이념의 갈등과 분열, 세대 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한 결과로 한국인들은 정치적 이념이 다른 경우에 친구들 사이뿐만 아니라 가족들 사이에서도 같이 대화하기가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기 보다는 비판에 앞서 있는 갈등의 요소들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불씨처럼 남아있다. 이번 추석에서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서 공동체의 가치를 구현하고, 이러한 모임의 단초가 사회 구성원 전체로 확장되어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상호 이해하는 소통의 장(場)으로 승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가족들 사이에서 공동의 대화가 될 수 있는 소재들을 찾아 이야기를 하면서 공감대를 확장시켜 나가야 하겠다. 사회 분열과 대립의 갈등을 치료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가 그래도 가족이다. 가족들 사이에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공존하며 협력을 모색하는 가운데 한국 사회 속에서도 그러한 기운들이 확산되어 나가야 하겠다.

4. 모이기를 힘쓰고, 함께 모여 기도하는 삶의 실천이 요구되어져야 한다.

성경에는 “함께 모여 기도하고 모이기를 힘쓰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기독교는 오랜 시간동안 성도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며 떡을 떼며 서로를 보살피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바쁜 현대인들의 일상에서 함께 모여 기도하는 시간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온라인에서의 만남과 소통으로 인해 교회에서 함께 모여 기도하는 시간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에 그리스도인들은 바쁜 일상에서도 성경의 가르침대로 함께 모여 기도하고 서로를 아끼며 배려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5. 개인주의에서 공동선을 추구하는 공동체 의식으로의 인식 전환이 요청된다.

현대 사회의 파편화적 구조로 인해 사람들의 소통은 하루를 멀다하고 온라인에 의존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사람들과의 소통 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하면서 서로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심으로 모여들면서 전통적인 가족의 분위기는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되었고, 초핵가족 시대가 되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방식의 변화와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개인주의적 가치관은 팽배해지고 있다.

인류는 서로 돕고 자신의 달란트를 공유하면서 공동체적 운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공동체 안에서 함께 연대하면서 각자의 재능을 나누면서 돕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이번 추석 명절을 통해 우리는 개인주의에서 공동체 안에서 연대와 공동선을 추구하는 인식의 전환을 마련하는 계기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공동체의 화합은 인류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초석이고, 인류 공동체가 앞으로 닥칠 환경과 지구적 위험의 요소를 막아내는 유일한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6. 추석 명절을 맞이하여 북한 주민들과 해외 동포들을 기억하여 디아스포라(diaspora)된 겨레들(특히,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교려인들)을 공동체 안으로 연결되도록 하자.

우리는 남북의 관계가 경색되어 가면서 북한 주민들의 존재를 잊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북한 주민들은 명백한 우리 민족의 일원이고 대한민국 국민의 일부이다. 우리는 북한 주민들도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누리고 신앙의 자유를 인정받는 복음 통일의 그 날이 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우리 민족의 일원으로 사랑해야 한다. 하나님은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고 말씀하신다. 특히 고난받는 이웃을 기억할 것을 요청하시는데, 북한 주민보다 더 고난받는 이웃은 없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언제나 북한 주민들을 기억하며 그들이 참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기도해야 한다.

더 나아가 중앙아시아의 고려인(高麗人)들을 비롯하여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7백만이 넘는 디아스포라 된 우리 동포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다. 중앙아시아의 고려인은 1937년 소련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극동에서 극동에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 아시아로 영하 40도의 겨울, 화물 열차에 실려 한 달간 6500km에 달하는 거리를 이동해야했던 강제이주당한 한인(韓人) 집단이다. 이들은 172,000명이나 된다. 우리는 한말(韓末)과 일제 강점기의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세계 곳곳으로 흩어진 디아스포라를 한민족 공동체로 연결시키면서 하나됨을 실현해야 하겠다. 특히 한류(韓流)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데, 한류 확산을 통해 해외 디아스포라 된 한국인들을 함께 묶는 구심점으로 삼고, 그들을 통해 전 세계에 복음을 전파하는 통로로 삼아야 하겠다.

2025년 10월 2일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

#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