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차 거룩한방파제 국토순례가 전남 신안에서 막을 내렸다. 서울 양화진 선교사 묘역에서 시작해 경기·충남·전북·전남을 거쳐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관에 이르기까지, 26일간 650km를 걸으며 90개의 방파제를 세운 순례단의 여정은 단순한 도보 행진이 아니었다. 그것은 순교 신앙을 기리고 한국교회와 민족을 위한 기도의 발걸음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순례는 “끝까지 믿음을 지킨 신앙의 발자취를 오늘의 교회가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교회가 세상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복음의 진리를 붙들기 위해서는, 과거의 순교 신앙을 단순히 기억하는 차원을 넘어 현재의 삶으로 살아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 것이다.
폭우와 폭염, 주민의 무관심, 군청의 제지 같은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도 매일 방파제를 세워간 발걸음은, 오늘의 한국교회가 맞닥뜨린 세속화와 분열의 도전을 넘어설 영적 상징이 된다.
이번 순례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이름 없는 헌신이 있었다. 식사를 준비한 교회 사모들과 장로들, 낯선 이들을 위해 숙소를 내어준 작은 교회들, 그리고 묵묵히 안전을 지킨 경찰들의 동행까지, 보이지 않는 손길들이 모여 하나의 큰 길을 완주하게 했다. 한국교회가 회복을 꿈꾼다면, 바로 이 같은 섬김과 동행의 정신이 다시 살아나야 한다.
순례단이 준비 중인 ‘거룩한방파제 국민대회’ 역시 단순한 행사의 의미를 넘어선다. 한국교회가 하나 되어 순교 신앙을 잇겠다는 영적 선언의 자리로, 분열과 갈등 속에 흔들리는 교회가 다시금 연합과 회복의 길로 나아가야 함을 천명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우리의 땀과 눈물이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방파제가 될 것”이라는 믿음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오늘의 교회가 붙들어야 할 소명이다.
국토순례가 일회적 이벤트로 끝난다면 그 의미는 반감될 것이다. 그러나 이 순례가 제8차, 제9차로 이어지고, 무엇보다 교회의 일상 속에서 순교 신앙의 실천으로 열매 맺는다면, 한국교회는 새로운 부흥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국토순례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는 순례단의 고백처럼, 한국교회 전체가 이 여정을 자신의 길로 받아들여야 한다. 오늘의 한국교회가 거룩한 방파제가 되어, 세상의 풍랑 속에서도 신앙을 지켜내는 교회로 다시 서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