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교단 총회가 이번 주를 끝으로 대부분 폐회됐다. 지난주부터 이어진 장로교단 총회는 예장 합동 등 일부 교단에서 임원선거와 관련해 정회가 선포되는 등 크고 작은 진통이 뒤따랐으나 큰 탈 없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주요 교단들이 이번 총회에서 집계한 교세 통계가 해당 교단뿐 아니라 한국교회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교세 통계상 지표가 심각해 보이는 건 예장 통합이다. 통합은 2024년 말 기준 교인 수 219만 919명으로 전년 대비 1만 7063명 감소했다. IMF 이전인 1996년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 2015년 이후 10년 연속 감소라는 원치 않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통합은 이 기간 중에 62만 명이 줄었다. 연평균으로 환산할 때 2.45%씩 감소한 거다. 이 추세대로라면 2030년에는 교인 수가 190만 명대로 떨어지는 결과가 나온다.
이는 지난 1990년 교세 통계와 유사한 수치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통합은 1990년부터 2010년까지 20년간 교인 수 100만 명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그때는 교단적으로 ‘1만교회 400만 신자’를 목표로 교세 배가 운동이 한창일 때였다. 하지만 2010년 285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내리막길이 시작됐다.
예장 합동은 통합에 비해 소폭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총회 보고서에 기록된 교인 수는 224만 2844명으로 전년 대비 7686명(0.34%)이 줄었다. 교회는 44개 감소한 1만 1788개였다.
하지만 합동의 경우 통합과 달리 통계위원회 등 교세 통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위원회나 기구가 따로 없어 정확한 통계수치로 여기기엔 한계가 있다. 교인과 교회 수, 목회자 증감은 가늠할 수 있지만, 영유아 교인 등 전체 교세 변동 추이를 살피기 어려운 현실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는 교인 수가 전년 대비 5062명 줄어든 18만 8159명으로 집계됐다. 두 교단에 비해 수치상 적은 수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교인 수 비율로 따지면 다른 교단들보다 더 심각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지난해 통계 때 20만 명이 붕괴된 후 가파른 감소세다.
기장의 경우 2008년 이후 17년 연속 교세가 감소했다. 다른 교단보다 감소세가 일찍 시작된 것이다. 이 기간에만 15만 명이 줄었는데 2007년에 기록한 최대 교세 33만 명에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는 점에서 교단 내 위기의식이 확산하고 있다.
예장 통합과 합동은 자타 공인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양대 교단이다. 그런데 이 두 교단의 교세 통계가 보여주는 공통점이 있다. 교회·교인 모두 줄어드는 데 목사·장로 수만 증가하는 기현상이다.
통합의 교회 수는 한해동안 27개가 줄어 9446개가 됐다. 하지만 목사는 총 2만 3020명으로 전년보다 510명 늘어났고, 장로는 총 3만 5865명으로 728명이나 증가했다. 합동은 목사 수가 전년보다 215명(0.9%) 증가한 2만 5141명이고, 장로는 전년보다 2716명 늘어 12.2%나 폭증했다. 반면에 교회 수는 88개 감소했고, 전도사 수는 421명 줄었다.
목사와 장로 수는 늘어나는데 교회 수와 교인 수가 줄어드는 건 두 교단에 공히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가장 심각한 건 ‘다음 세대’로 분류되는 영유아와 청년 세대의 눈에 띄는 감소다. 합동의 경우 영유아 증감 자료가 교세 통계에 빠져 있어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통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유아의 감소는 비단 몇몇 대형 교단만의 실정은 아닐 것이다. 젊은 세대의 결혼 기피와 저출산에 따른 자연적인 요인이 가장 클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청년층의 이탈은 심각하다. 주요 교단의 교세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 10년간 20~40대 교인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20대 개신교인 비율은 2012년 19%에서 2023년 9%로 30대는 21%에서 11%로 각각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부 환경 탓으로 돌릴 수 없는 문제여서 교단마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의 교세는 2010년을 전후해 정점에 도달한 후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예장 합동과 통합, 감리회와 고신, 기장 등 5개 교단에서만 10년간 210만명이나 줄었다. 여타 교단들도 덜하지 않을 것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 1월에 발표한 ‘한국교회 과제 발견을 위한 조사’에 따르면 성인 예배 출석률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87%, 교회학교는 81%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2024년 6월에 발표된 같은 조사 결과에서도 같았다. 코로나19 회복세가 사실상 멈춘 것을 볼 수 있다. 팬데믹 이후 정착된 비대면 예배 문화가 원인으로 지적되지만 교회로 돌아오게 할 마땅한 유인책이 없는 게 더 큰 문제다.
다음달 22일부터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가 시작된다. 특히 이번 인구센서스는 10년마다 시행되는 ‘종교 인구 조사’가 포함돼 각 종단마다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독려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총회 때마다 집계하는 통계보고서만으로 판단하는 건 섣부르지만 10년 전 조사에 비해 기독교인 수가 대폭한 감소한 충격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이는 곧 국가 정책 반영에 연결될 수 있는 요소여서 걱정이 앞선다.
사태가 이토록 심각한데 주요 교단 총회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정치에만 올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교단 정치가 다 나쁘다는 게 아니다. 한국교회에 닥친 상황에 대한 절박한 위기의식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말이다. 한국교회를 선도하는 교단들의 정치적 에너지를 교회의 제도적 개혁과 영적 각성으로 승화시킴으로써 한국교회가 바닥을 찍고 다시 턴업(turn up)하는 날이 오기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