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손현보 목사의 정치 관련 발언, 정교분리 위반인가?

오피니언·칼럼
오피니언
노형구 기자
hgroh@cdaily.co.kr
  •   
손현보 목사가 한 행사에서 설교를 하던 모습. ©기독일보DB

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면서 교계 안팎에선 논란이 일고 있다. 그 와중 '정교분리'라는 해묵은 논쟁도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손 목사는 ▲지난 5~6월 조기 대선 정국 속에서 교회 예배와 기도회 자리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 ▲3월 예배 중에는 당시 부산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정승윤 후보와 대담을 진행했고, 그 내용을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 게시하는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손현보 목사의 강단 발언이 특정 후보의 지지·낙선을 드러낸 만큼 정교분리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정교분리 개념은 본래 교회의 정치개입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국가권력이 종교를 억압하지 못하도록 만든 장치였다.

17세기 영국에서 청교도들은 국왕이 강요한 당시 영국국교였던 성공회 예식을 거부하다가 신앙의 자유를 찾아 신대륙으로 이주했고, 결국 미국 독립 후 1791년 수정헌법 제1조에 종교와 국가의 분리가 명문화됐다. 다시 말해, 정교분리 원칙은 교회의 정치 참여를 막기보다 국가의 교회 간섭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이 있었던 셈이다.

정교분리 원칙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국교 부인의 원칙이다. 국가는 특정 종교나 교단을 국교로 삼을 수 없으며, 모든 종교의 자유를 동등하게 보장해야 한다. 둘째, 국가의 교회 간섭 차단이다. 국가는 교회의 예배 방식이나 설교 내용에 개입할 수 없으며, 이는 정권의 정책이 하나님의 뜻에 반할 때 교회가 침묵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셋째, 국가와 종교의 유착 금지다. 국가가 특정 종교에 예산이나 정책적 특혜를 제공하는 행태가 바로 정교분리 위반이다.

이 기준에서 보면, 손현보 목사가 강단에서 김문수 후보 지지를 밝히고 이재명 후보의 낙선을 언급한 것은, 단순한 정치개입이라기보다 하나님의 뜻에 반하는 정권의 등장을 막고자 한 행동으로 이해될 수 있다.

김문수 후보는 조기 대선 정국에서 차별금지법안과 낙태 반대, 출산 지원 확대 등 전통적 가족 가치를 수호하겠다고 밝혔다.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권의 행보는 이와 반대다.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임신중지(낙태) 제도 개선'과 '성·재생산 건강권 보장'이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로 확정됐다. 낙태 합법화와 낙태약 도입이 추진될 것이며, 더 나아가 '성평등 사회'를 내세워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하려 하고 있다. 이 성평등 개념은 단순한 남녀평등을 넘어 동성애·트랜스젠더 등 제3의 성까지 포함한다. 게다가 "차별금지법안 추진이 필요하다"던 원민경 후보자가 여성가족부 장관에 내정된 상황이다.

교계는 오래전부터 낙태와 차별금지법에 반대해 왔다. 하나님께서 주신 태아 생명을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이유로 단순한 세포 덩어리로 취급해 제거하자는 낙태 개념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거스르는 인간의 교만이자 살인 행위다. 또한 차별금지법이 추진된다면, 동성애·트랜스젠더의 해악을 경고하고 회개를 촉구하는 교회의 복음 선교 자유마저 위축될 수 있다.

지난 3월 정승윤 후보와의 대담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특정 후보를 선전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어떻게 하나님의 뜻 안에서 교육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특히 기독교 교리 주입이 아닌, 성경적 가치인 자유·생명·상호 존중을 공교육 안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후보의 생각을 듣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청교도 신학자 사무엘 러더포드는 왕이 하나님의 법과 언약을 어길 경우 백성은 저항할 정당한 권리를 가진다고 주장하며, “폭군에게 저항하는 것은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청교도들의 역사적 투쟁 맥락을 모른 채, 손현보 목사의 행보를 단순히 정교분리 위반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다. 오히려 그의 행보는 자신이 속한 예장고신 교단이 일관되게 지켜온 종교개혁 정신의 실천으로 이해할 수 있다.

#노형구기자 #손현보목사 #정교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