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난항… 통상 당국 잇단 방미로 해법 모색

금융패키지 운용·수익 배분 이견 지속, 협상 장기화 우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본부장이 한미 관세협상 관련 후속 협의를 위해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워싱턴 DC로 출국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에서 귀국한 지 하루 만에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다시 미국행에 나섰다. 통상 당국의 연이은 방미는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여 본부장은 출국에 앞서 국익에 부합하는 합리적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여 본부장은 1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국익에 부합하고 합리적인 협상 결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방미 목적을 설명했다. 김정관 장관의 귀국 직후 본인이 출국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급박하다기보다는 전방위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관세 협상 후속 논의를 진행했지만, 뚜렷한 성과 없이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은 지난 7월 합의된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금융패키지 운용 방식과 수익 배분 문제다.

당시 미국은 한국에 대한 국별 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15%로 인하하고, 반도체와 의약품 등 주요 품목에 최혜국 대우를 약속했다. 이에 한국은 대규모 금융패키지를 제시했지만, 그 운용 방안과 수익 배분을 두고 양국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직접 투자 비중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나, 한국은 직접 투자를 약 5%로 제한하고 출자·대출·보증 등을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미국은 투자 이익의 90%를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한국은 이를 재투자의 성격으로 보고 있어 의견 차이가 크다.

양국은 지난 8일(현지 시간) 실무진 협의를 가졌으나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고, 장관급 논의로 격상된 이후에도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후속 협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부 역시 단기간 내 협상 타결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합리성과 공정성을 벗어난 협상은 결코 하지 않겠다”며 “앞으로 협상 과정은 길고 험난하겠지만, 최종 결론은 합리적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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