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임금과 복지, 고용 조건 전반에서 격차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 정규직 내 고령자 고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반면 청년 고용은 감소해 세대 간 일자리 기회가 역전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7일 발표한 '우리나라 노동시장 이중구조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기업 규모와 고용 형태에 따른 임금·복지·고용률의 차이가 여전히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구조적 불균형은 청년층의 좌절감을 키우고, 기업의 활력을 저하시킨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임금근로자 중 대기업 정규직은 264만3000명으로 전체의 11.9%를 차지했으며, 나머지 1950만1000명(88.1%)은 중소기업 근로자나 비정규직이었다. 대기업 정규직의 평균 근속연수는 12.14년으로 길었으나 근속 1년 미만자의 비중은 6.5%에 불과해 신규 채용의 진입장벽이 높음을 보여줬다.
임금 수준에서도 큰 차이가 나타났다. 대기업 정규직의 월 임금총액에 비해 다른 부문은 57.9% 수준에 그쳤으며, 평균 근속연수도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46.8%에 머물렀다. 사회보험 가입률과 퇴직급여·상여금 수혜율은 대기업 정규직이 거의 100%에 달했지만, 다른 부문은 65\~76%에 불과했다.
정년 60세 법제화의 영향으로 대기업 정규직 내 고령자 고용은 크게 늘었다. 지난 20년간 고령자 고용은 492.6% 증가한 반면, 청년 고용은 1.8% 감소했다. 특히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에서 고령자 고용은 2004년 대비 777.0%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 정규직 내 고령자 고용 비중은 2004년 2.9%에서 지난해 9.3%로 6.4%포인트 상승했고, 같은 기간 청년 고용 비중은 13.7%에서 7.3%로 줄어 고용 비중이 역전됐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노동법제와 사회안전망으로 두텁게 보호받는 약 12%의 대기업 정규직과, 상대적으로 보호가 부족한 88%의 중소기업·비정규직으로 나뉜 노동시장 구조는 청년에게 좌절감을 안기고 기업에는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년 60세 법제화 이후 대기업 정규직의 고령자 고용은 급증했지만 청년 고용은 위축돼 세대 간 일자리 경쟁이 심화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노동시장 경직성이 높은 대기업 정규직은 유연성을 강화하고, 유연성이 높은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은 사회안전망을 확대하는 맞춤형 유연안정성 정책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고 포용적이며 미래지향적인 노동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