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방안을 포함한 대규모 정부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에는 기획재정부 분리와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도 포함돼 국정 운영의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7일 고위 당정 협의를 통해 조직 개편안을 확정했다. 검찰청은 개청 78년 만에 해체 수순을 밟게 되며, 기소 기능은 법무부 산하 공소청으로, 부패·선거·마약 등 9대 중대범죄 수사는 행안부 산하 중수청이 전담하게 된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해 권한 남용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검사들은 공소청으로 소속이 변경되며, 검찰총장은 공소청장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교수는 “헌법상 기관인 검찰청의 명칭과 실질을 하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 가능성을 제기했다.
핵심 쟁점은 검찰의 보완 수사권 유지 여부다. 경찰 수사에서 미진한 부분을 검찰이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 검찰 권한을 전면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보완 수사권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기로 한 결정도 논란이다. 행안부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이어 중수청까지 관할하게 돼 권한 집중 우려가 제기된다. 법무부와의 협력 단절, 수사 역량 약화 가능성도 지적된다. 일부 법조계 인사는 “행안부 장관이 주요 인사권을 모두 갖게 되면 수사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 부처 개편도 포함됐다. 정부는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고, 기획예산처는 총리실 산하에 두기로 했다. 이로써 2008년 통합 이후 17년 만에 기획예산처가 부활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 정책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과 합쳐 ‘금융감독위원회’로 재편된다. 금융소비자 보호는 별도의 금융소비자보호원이 담당한다.
하지만 금융 정책과 감독 기능 분리로 인한 업무 혼선이 우려되고, 금융당국 내에서는 조직 축소와 세종 이전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행안부는 “최대한 협의해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도 추진된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기능을 통합해 기후변화 대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긴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규제 중심의 환경부와 산업 진흥 성격의 에너지 정책을 합치면 정책 충돌과 산업 위축이 우려된다는 반론이 있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하나의 부처에서 기능을 조정하면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부는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해 공포하고, 1년 후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위헌 논란과 부처 간 갈등, 정책 충돌 등으로 입법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윤호중 장관은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인 정부 운영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