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 참석 위해 베이징 향해 출발

북중러 정상 첫 회동 성사, 다자외교 무대에 김정은 첫 등장
2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육로 방중 소식을 알리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1일 전용열차를 타고 평양을 출발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다.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해외 방문 사실을 출발 직후 공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사례로 주목을 끌었다.

조선중앙통신은 2일,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을 받아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전용열차로 출발했다고 전하며, 외무상 최선희를 비롯한 당·정부 고위 간부들이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노동신문은 전용열차가 새벽 무렵 국경을 넘어 중국에 진입했다고 전했지만, 부인 리설주와 딸 김주애의 동행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이 탑승한 열차는 평양에서 출발해 신의주를 거쳐 압록강 대교를 통해 중국 단둥으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에서 베이징까지 열차로 20시간 이상 소요되는 만큼, 김 위원장은 2일 낮쯤 베이징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됐다. 북한 매체가 출발 직후뿐만 아니라 국경 통과 시점까지 공개한 것은 드문 일로, 이번 방문이 지닌 외교적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에는 출발 직전 전용열차 앞에서 담배를 든 김 위원장 옆으로 조용원 당 비서, 김덕훈 내각 총리, 최선희 외무상이 함께 서 있는 모습이 담겼다. 또한 열차 내부 집무실에서는 최 외무상이 김 위원장과 웃으며 대화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다만 이들이 실제로 모두 동승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자리로, 전 세계 26개국 정상들이 초청됐다. 김 위원장이 다자외교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미 중국에 도착해 있어,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북·중·러 세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게 됐다. 이는 탈냉전 이후 처음 성사되는 회동으로, 국제사회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크렘린궁은 열병식에서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각각 시 주석의 왼쪽과 오른쪽에 자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은 단순히 북·중 관계 강화를 넘어 러시아와의 협력 구도를 확대하는 계기로 평가된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직접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시진핑 주석과의 긴밀한 관계를 과시함과 동시에, 다자 외교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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