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총회를 앞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에 퀴어·동성애 이슈가 다시 뜨겁게 떠오르고 있다. 기장 목포노회 소속의 교회가 퀴어신학을 이단으로 규정해 달라는 헌의안을 올리자 교단 내에서 ‘성소수자목회연구특별위원회 신설’ 안이 제출되는 등 동성애를 놓고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전개되는 모습이다.
한국교회에서 가장 진보적인 교단으로 꼽히는 기장은 지난 2022년 제107회 총회에서 당시 교단 내에서 논란이 된 동성애·동성혼 문제와 관련해 교단의 ‘신앙고백서’를 재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기장 신앙고백서는 1972년 제57회 총회에서 채택된 것으로 ‘하나님께서 사람을 남자로 여자로 창조했다’는 성경의 가르침을 따르는 게 골자다.
그런 기장의 ‘신앙고백서’가 지난해 총회에서 다시 거론됐다. 총회를 앞둔 7월경 교단 홈페이지에 동성애 관련 글이 쏟아지면서 급기야 총회 본부가 관련 글 차단에 나설 정도로 소란해지자 총회가 ‘신앙고백서’를 재소환한 것이다.
교단 내 동성애·동성혼 반대 대책위원회는 지난해 총회에 동성애·동성혼에 반대하는 1,000명의 서명지를 제출했다. 이를 근거로 교단의 동성애 반대 공식 입장표명을 요구하자 총회 ‘신앙고백서’로 대답을 대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장 총회는 교단 내에서 퀴어신학과 동성애 관련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신앙고백서’를 마치 ‘전가의 보도’(傳家 寶刀)처럼 사용한다는 말을 듣고 있다. 명확한 입장표명을 회피한 채 당장 급한 불을 끄려는 이런 소극적 대응이 동성애 이슈를 해마다 키우는 근본 원인이란 지적이다.
그런데 기장 총회가 매년 제기되는 동성애 이슈를 ‘신앙고백서’ 하나로 틀어막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올해 총회에 퀴어신학을 이단으로 규정해달라는 헌의안이 제출되면서 논란이 다시 뜨겁게 가열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목포남부교회가 총회에 낸 헌의안은 퀴어신학이 △성경을 자의적으로 재해석하고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부정하며 △예수님과 제자 관계를 왜곡하는 주장을 담고 있어, 교단의 신앙고백과 교리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내용이다. 이어 “기장만 퀴어신학을 옹호하거나 가르치는 현실이 교단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이단성을 검증해 총회 차원의 공식 입장을 표명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퀴어신학·동성애 논란의 불을 다시 지핀 게 비단 이 헌의안 하나만이 아니다. 헌의안이 총회에 상정된 후 헌의위원과 교단 총무가 나서 ‘성소수자목회연구특별위원회’ 신설 안을 꺼내든 게 오히려 논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총회에서 동성애 문제를 논의하기보다 특위를 구성해 다루자는 일종의 역제안인데 교단 내 반동성애 인사들은 이를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특위 구성을 제안한 헌의위원 백용석 목사와 기장 총무 이훈삼 목사는 “성소수자에 대한 찬반 입장이 한국 사회와 교회 내에서 극렬하게 대립하고 있어 전통 신앙고백과 인권 존중 사이의 갈등을 학문적·신앙적으로 검토해 자료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동성애·동성혼반대대책위(동반대)는 퀴어신학의 이단성 검증 및 총회 차원의 공식 입장표명을 무산시키려는 계산된 의도로 의심하고 있다.
동반대가 특위 구성 제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건 특위 조직 자체가 중립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결국, 퀴어신학과 동성애에 대한 교단 내 부정적인 시각을 가라앉히기 위해 시간을 끌려는 의도가 아니겠냐는 거다.
이런 부정적인 반응은 과거의 학습효과 영향일 수도 있다. 기장은 지난 2021년 제106회 총회에서 동성애 논란이 거세자 ‘성소수자연구위원회’를 구성했으나 3년 만에 아무런 성과도 없이 해체된 전례가 있다. 결과적으로 시간만 축낸 꼴이 된 특별위원회를 다시 만들려는 건 논란을 잠재우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총회를 앞둔 시점에서 기장 내에 동성애·퀴어신학 이슈가 급부상하고 있는 건 교단 신학대인 한신대 신학대학원장 후보 추천과도 연결고리가 있어 보인다. 퀴어신학 지지 논란으로 이사회에서 부결된 김희헌 목사를 신학운영위원회(운영위)가 재추천하면서 불똥이 교단 총회로 옮겨붙는 양상이다.
운영위 측은 “김 목사가 퀴어신학 논문이나 활동 이력이 없으며, 단지 향린교회 담임이라는 경력만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라며 후보 재추천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김 목사가 ‘퀴어성서주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글과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실이 이미 다수의 기록에서 드러났다. 향린교회를 담임하던 2020년 총회 게시판에 “향린교회는 ‘차별금지법 제정하라’는 문구를 교회에 내걸었다”며 “이런 작지만 진실한 표현이 신학적 양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인 스스로 밝힌 바 있다.
기장의 신앙고백서는 “하나님이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지으시고 남녀의 결합을 하나님의 선하신 창조의 축복”으로 규정했다. 그렇지만 이런 성경의 분명한 가르침마저 개방성과 포용성이란 이름으로 본질을 흐리는 이들이 교단 안에 득세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기장이 한국교회 대표적인 진보 성향의 교단이란 건 새로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퀴어신학은 예장합동과 백석, 대신, 합신 등 보수 교단들뿐 아니라 기장과 함께 NCCK 주축 교단인 통합과 기독교대한감리회마저 이단으로 규정할 정도로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한 입으론 하나님이 창조하신 남녀의 결합을 신앙으로 고백하면서 다른 입으로 동성애와 제3의 성을 옹호하는 건 포용성의 문제가 아니라 복음의 본질에 대한 도전으로 비친다. 만약 이것이 기장이 지키려는 진보의 가치라면 한국교회의 우려는 점점 더 커지게 될 것이다.